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반대하는 야당을 겨냥해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이날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예고한 날이고,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을 향해 "일상적 국정농단"이라고 일갈한 다음날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제는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까지 한다"며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0일에도 "공수처 설치 이유와 기능을 생각하면 원래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야권에선 줄곧 3대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반대하며 여당의 입법 독주 행태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왔다. 김 위원장은 전날엔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과거 정부 실패를 답습하는 것을 넘어 청와대가 입법과 사법 등에 걸쳐 일상적으로 국정농단을 자행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현재 제1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공수처를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고, 지금 공수처를 반대하는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과거에는 공수처를 적극 주장했던 분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부패 없는 권력, 성역 없는 수사로 우리 사회가 더 청렴해지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에 협조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면서 과거 정부 비리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전두환 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대통령 자신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얼룩졌다"며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입법청원을 하면서 공수처 논의의 물꼬가 터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부패 없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20년 넘게 논의되고 추진돼 온 것"이라며 "이념의 문제나 정파적인 문제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언급하며 "역사에는 가정이 없는 것이지만, 안타까운 역사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을 향해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같은 조직이 아니"라면서 "공수처는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에 불과하여 현직 검사만 2300명을 거느리고 있는 검찰 조직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수처가 생겨도 여전히 검찰의 권한은 막강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며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구성원뿐 아니라 정치권과 검찰 언론과 시민사회 등 모두가 함께 감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국민의 기구 국민의 공수처가 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여당이 주도한 3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개편안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공포된다. 이밖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감시 강화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자의 준수사항을 정비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 공포안', 세월호 참사 및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고, 필요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 등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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