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개인의 일상생활과 소비 패턴, 산업 구조, 국가 전략, 더 나아가 국제질서까지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도미노처럼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년 전까지 예측 가능했던 것들은 불확실해졌고,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불확실성 증대에 대한 불안은 가히 공포에 가깝다.
코로나 팬데믹은 미국의 지도자도 바꿨다. 재선이 확실했던 트럼프 대통령 대신 차기 대통령에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기후변화·신에너지·동맹·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중패권경쟁 양상, 국제질서와 글로벌 가치 사슬(GVC)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새로운 국가 전략인 '쌍순환(雙循環)전략'을 발표했다. '쌍순환 전략'은 '국내대순환을 중심으로 국내순환과 국제순환을 상호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지난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10월에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5중전회)에서 '국민경제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規劃)'으로 채택됐다.
'쌍순환 전략'은 향후 5년간(2021년~2025년) 중국의 경제발전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대내외 환경과 변화하는 세계 경제 패러다임에 대응한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미중패권경쟁의 전방위적 확산, 글로벌 디커플링과 제조업의 탈중국화로 인한 세계가치사슬(GVC) 변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와 반중 정서 고조, 대내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 빈부격차 심화, 지역 불균형 발전과 소득 분배 문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등의 불안 요소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정부는 현 상황을 '백 년만의 대격변', '심각하고 복잡하게 전환하는 발전환경'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을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존에 국내 과잉생산, 수출과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큰 톱니바퀴 하나를 돌렸다면, '쌍순환 전략'은 중국의 '내수 경제 활성화와 대외개방성 확대'라는 톱니바퀴를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어 기존의 톱니바퀴와 맞물리도록 함으로써 두 개의 톱니바퀴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톱니바퀴는 도·농간 격차 해소, 소득 재분배 구조 개선, 지역 간 균형발전, 공급 측 구조개혁 심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 첨단기술산업 육성과 산업 자주화, 금융 개혁, 녹색성장 등의 지향점을 설정하여 내수 경제 활성화와 대외개방성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의 14억 인구를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활성화하여 중국의 내수 경제가 수출과 외국인 투자, 해외 경제·개발 협력사업을 기조로 하는 대외정책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중국의 대내외 경제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는 내수 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내 경제의 질적 성장과 내적 역량 강화를 통해 중국의 미래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 전략'은 지정학적으로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여 대륙 또는 지역 단위로 존재해왔던 연계성을 통합하고, 지경학적으로 중국 중심의 메가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또한,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중국 내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인프라 건설, 세계 주요 거점지역 항만 건설과 해양안보를 위한 강군전략과의 연계, 일대일로 사업을 매개로 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 등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경제, 외교, 안보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강대국화'에 부합하는 국가 전략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론과 미중패권경쟁에 이념 갈등이 대두됨에 따라 반중 정서 심화,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신 등이 향후 중국의 대외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일대일로 협력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급상승, 중국의 이익 독점과 환경 파괴, '채무제국주의'라는 비난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대일로 협력국들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이에 대한 조정도 중국과 협력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쌍순환 전략'은 기존의 공격적인 대외협력을 축소하고 내수 확대와 자립형 공급망 구축을 중심으로 '외부의 정치적, 경제적 여건에 영향을 덜 받는' 국내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해외투자와 원조를 기반으로 한 외순환은 지속하되 비중을 줄이고, 그 중심을 내순환으로 옮기면서 외순환에 의존하던 중국 경제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따라서 외순환의 중심도 해외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점차 줄어들고, 기술표준, 5G, 위안화 사용 확대 등 첨단기술과 디지털 위안화 화폐 중심의 영향력 확대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2020년 5월에 발표한 '신시대 서부대개발 정책'과 연계하여 내수 부양을 위한 '질적 발전'과 '개방 확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신시대 서부대개발 정책'을 통해 서부지역의 기초인프라 건설, 에너지 공급구조 최적화, 신산업 발전, 생태·환경 보호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의 접경지역 개방, 내륙 개방 플랫폼 건설, 개방통로 건설 등을 통해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하여 서부지역의 생활 수준 향상과 내수 확대, 아세안·중앙아시아 등 인접국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 및 해외경제개발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제14차 5개년 규획'에서 제시한 발전 목표와 방향은 중국의 내적 성장을 위해 옳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행에 있어 '중국이 지금 안고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구조개혁에 성공하여 내적 성장을 통한 외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 '미국과의 첨단기술 디커플링에 대응하여 중국이 기술 혁신을 통한 과학 기술 자립을 이루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공급 측 구조개혁'을 언급했고, 2019년 회의에서는 개혁개방과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적인 부채 축소로 리스크를 예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 구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음에도 지방 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 국영기업의 보조금 문제, 경제성장률을 떠받치기에 급급한 재정확대 기반의 정부 주도 경기 부양으로 중국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5중 전회에서 과학기술강국이 되기 위해 제조강국· 품질강국· 인터넷강국· 디지털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과학 기술 자립'은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 제조 2025'의 다른 표현으로 자립형 공급망 구축, 고품질 공급으로 인한 새로운 수요 창출, 신흥 산업 발전, 스마트 제조, 디지털 경제 실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내순환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국가 중심의 국제공조, 동맹 강화, 세계적 이슈를 주도하면서 미국이 글로벌 리더의 자리로 빠르게 복귀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패권경쟁 전략은 '미국' 대 '중국'이 아닌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 대 '공산주의 중국'이 될 것이다.
2021년, 동맹국들과 포위망을 좁혀가겠다는 미국의 공성전(攻城戰)과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수성전(守城戰)이 시작된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중국이 '쌍순환 전략'으로 본격적인 미중패권경쟁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전략 전환은 한국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중국 정부의 내수중심의 대규모 경기 부양으로 중국의 내수가 폭발적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은 중간재 수출 중심에서 중국의 각 성(城)별 특성을 파악한 내수 시장 진출을 겨냥한 수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대비하여 신흥전략산업, 디지털 인프라 구축, 녹색성장 산업, 의료 산업, 언택트 산업 등 유망산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한,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중국의 생산구조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경됨에 따라 더욱 치열해질 기술 초격차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극복,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미중패권경쟁 양상 변화에 집중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큰 틀에서 미중패권경쟁이 이념 논쟁으로 확대되는 상황과 미국의 동맹국 중시 전략, EU의 대서양 동맹 부활 등 국제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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