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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방직 해고자가 용접노동자 김진숙 동지의 손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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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방직 해고자가 용접노동자 김진숙 동지의 손을 잡습니다

[기고] 정명자 동일방직 해고자, 70동일방직 해고자

복직을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35년 세월을 살고 있는 해고 노동자 김진숙 동지, 저는 동일방직에서 민주노조 활동을 하다 1978년 똥물을 뒤집어쓰고, 해고를 당한 후 지금까지 43년 세월을 해고 노동자로 살고 있는 정명자입니다. 김진숙 동지를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김진숙 동지의 삶은 이 시대가 해결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아픈 역사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저 역시 가난을 떨쳐 버리기 위해 열여덟 소녀노동자로 동일방직에 입사하여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 스물한 살 나이에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에 의해 해고를 당했습니다. 그 후 부당한 해고에 맞서 복직운동을 하다가 해고와 구속과 수배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에 의해 재취업이 차단당함으로 인간의 최저 기본권인 생존권까지 박탈당했습니다. 그 후 산동네 주민이 되어 재개발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의 주거대책을 위해 투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동일방직 복직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면 동일방직 해고는 부당한 해고였기 때문입니다.

김진숙 동지도 저처럼 열여덟 소녀노동자로 보세공장 시다, 신문배달, 우유배달, 시내버스 안내양을 전전하다 돈을 좀 더 벌기 위해 스물한 살 나이에 용접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노동환경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정책이 전제가 되었기에 잔업까지 하며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김진숙 동지가 만난 노동현실은 휴게실, 화장실은 커녕 식당이 없어서 쥐똥이 섞인 도시락을 현장에서 먹어야하는 복지부재의 현장이었습니다. 산재를 당해 온 몸이 망가져도 본인 부주의로 책임을 전가해버리는 불법부당한 노동행위였습니다. 하지만 동지는 좌절하지 않고 불법이 기승을 부리는 노동현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시작 했습니다.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이 되어 들여다 본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보다는 회사의 들러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노동조합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것이 이유가 되어 동지는 해고당했습니다. 그 이후 김진숙 동지는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불순분자, 빨갱이로 낙인 찍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구속이 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19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하에서 합법적인 노조활동에 행해진 가혹한 부당노동행위는 일란성쌍둥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복직을 거부하는 자본가들의 오만한 태도도 똑같았습니다. 1970년대나 80년대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1970년부터 80년대까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재적을 당하기도 하고 구속을 당하기도 했던 대학생들은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아 명예회복이 되어 각자 자신이 원하는대로 학교로 돌아가 졸업도 하고 보상금도 받고 교수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어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고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김진숙 동지와 저와 같은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예보상심의회에서는 회사에 '복직권고'를 내리기도 했지만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동자에게 진정한 명예회복은 무엇일까요. 해고당한 사업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김진숙 동지는 다시 용접공이 되어 한진중공업으로, 저는 동일방직에서 솜을 틀어 실을 만드는 공정의 노동자로 되돌아가서 경비들에게 저지당하지 않고 공장 정문을 지나 탈의장에서 작업모자와 작업복을 갈아입고, 작업장으로 들어가 일을 하다 우리 손으로 사직서를 쓰고 당당하게 정문을 내 발로 걸어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명예회복입니다.

그런데 험하고 아픈 세월을 굳굳하게 견디어 온 김진숙 동지가 복직 투쟁을 하던 중 암으로 다시 자리에 누워 버렸다는 사실에 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내려앉은 가슴은 다시 천갈래만갈래로 갈라집니다. 저는 오늘 갈라진 가슴을 하나로 모아 김진숙 동지에게 다가가렵니다. 부당한 해고를 철회시키기 위해, 복직의 길 위에 당당히 서있는 김진숙 동지의 옆에 서겠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아우르는 노동자로서 연대의 손을 잡고 김진숙 동지와 함께 복직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김진숙 동지의 복직을 위해 1970년대 선배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김진숙동지의 복직이야말로 이 시대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70년대 선배들의 염원인 복직을 이루어 희망세상의 길잡이로 우뚝 선 김진숙동지의 모습을 상상하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0년 김진숙 복직 2020명 선언

선언 기간 : 12월 8일(화) ∼13일(일)

선언 기금 : 1인당 3000원 이상(언론광고 12월 15일)

참가비 계좌 : 농협 352-1316-4287-43 홍세화

선언 참여 : 구글독스 '2020년 김진숙 복직 2020명 선언' 페이지. 아래 포스터 참조.

▲ 김진숙 쾌유와 복직으로 가는 리멤버 희망버스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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