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발생 5개월 만인 지난 10일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서울시는 성차별·성희롱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4개월여 간의 논의 끝에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단체장의 성범죄 사건은 신속하게 외부로 알려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를 재구성했으며 △2차 가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해 공무원 징계 규칙에 2차 가해자 징계 규정이 포함된다.
아울러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의 공적 업무 지침을 마련하며 △비서도 젊은 여성 차출이 아닌 희망 전보 절차를 거쳐 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여성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1일 서울시의 근절대책에 대해 "먼저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가 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근절대책을 발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배경과 입장이 없이 발표한 근절대책은 허공에 대한 외침"이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특히 2차 가해에 대해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사건을 보면 전 비서실장 등 최고 책임자가 2차 가해에 앞장서고 있다"며 "피해자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자들은 퇴직한 전 서울시 고위공무원과 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장 등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강력한 대응과 징계 절차 착수 등 단호한 대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성추행에 관한 경찰 수사는 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는 피해자의 실명과 소속 부서 등 신상이 유포되는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일 김주명·오명규 등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가 보도되며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다시 불붙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의견서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에 담긴 허위 사실이 기사화되자 지지자들이 이를 공유·확산하고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이 사망함으로써 피해자는 법정에서 피해를 말할 권리조차 사라진 상태라 이런 2차 가해는 더욱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은 △피해자 실명 공개 비판 △고 박원순 전 시장 휴대폰 포렌식 재개 촉구 △피해자 2차 가해자 징계 등을 촉구했다.
한편 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은 지난 8월부터 인권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인권위는 올해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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