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비토권(거부권) 무력화'가 골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민주적 합의 절차 포기 논란이 커지자 이를 야당의 "자업자득"이라고 일축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시켜 개혁 후퇴 논란이 일고 있는 공정거래법 등 본회의 처리 법안들을 나열하며 "역사적인 일", "역사적 진전"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국회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뤄냈다"며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의 개혁이 한꺼번에 입법화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는 자신이 앞서 공언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상임위에서조차 논의가 지지부진해 정기국회 처리가 불발된 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해마다 2000여 명이 희생되는 불행을 막아야 한다. 중대재해법 제정이 그 시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김태년 원내대표는 개정 공수처법에 야당의 비토권이 무력화된 데 대해 "추천위원회의 의결이 재적위원 3번의 2로 완화된 것은 야당의 자업자득"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악용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야당 스스로 입증했다"고 했다.
그는 "비토권은 부적격 후보 선출을 막기 위한 것이지 묻지마 반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며 "야당의 거부권 악용과 시간끌기를 막기 위해 법개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해 개정 공수처법이 원안보다 퇴보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수구냉전보수의 본색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총선에서 참패한 야당이 극우단체와 짝지어 대통령 퇴진을 운운하는 것은 헌정질서 파괴 행위이며 민심을 거스르는 총선 불복 행위"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반문(反문재인) 연대라는 미명 아래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선동하며 국격을 훼손하는 정치인들은 시대의 부적응자들일 뿐"이라며 "무차별한 정치공세로 대통령을 흔들고 나라를 혼돈으로 몰고 가는 무책임한 선동정치"라고도 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신을 향한 민주당의 비판이 격화되자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없었으면 한다"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나라의 국격"이라고 김 원내대표와 유사한 주장을 편 적이 있다.
한편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지연 비판에 대해 "최대한 이번 임시국회 내에 상임위에서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중대재해법이) 제정안이라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많다"며 "법과 관련된 범위가 워낙 넓고 관계되는 법률이 이미 있어 법끼리의 충돌이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고 말해 연내 입법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