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아동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은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예를 들어, 2016년에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아동 관련 인권침해 및 차별 사건·정책을 전담하는 '아동권리위원회'가 신설되었다. 2019년에는 '민식이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되어, 올해 3월 25일부터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사고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법무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아동이 갖는 인권과 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음에도 유독 입양아동이 겪을 수 있는 학대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말은 지난 11월 11일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장 모씨가 영장심사가 열리는 법정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가자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어느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장 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이유로 동성의 아동을 입양했다고 밝혔던 바, 애초 큰딸에게 살아있는 장난감 하나를 구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 입양아동(이후 A양)에 대한 학대는 입양 한 달 만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A양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시간을 집에 혼자 두거나, 가족 외식을 하면서도 A양은 지하주차장에 방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는 승강기 안에서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심지어 A양의 목을 잡아 올리는 등의 폭행 모습이 CCTV 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되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미 지난 5월부터 A양과 관련된 학대 신고가 3차례나 있었으나, 그때마다 학대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A양은 경찰에 의해 양부모에게 되돌려 보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웃의 신고 이후에도 학대는 지속되었으며, 급기야 지난 10월 13일 한 병원에서 A양은 18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외부 충격에 의한 내장 파열'이었으나, "성한 장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고려하면, 상태는 더 참혹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유사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지난 2016년, 은비는 입양을 전제로 동탄의 한 가정에 위탁되었다. 하지만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증상이 있었던 위탁모는 하루에 밥을 한 끼만 줬고,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은비에게 화풀이를 했으며, 변기에 머리를 감기기까지 했다. 순전히 위탁모의 '입양체험'용으로 심한 학대만 당하다가 파양당한 은비는 4개월 만에 다시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었는데, 이곳에서조차 생사를 오가는 학대를 당했다. 결국 저나트륨혈증으로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은비를 의료진은 '물고문에 의한 학대'로 판단하고 신고했으나, 안타깝게도 경찰은 이를 '의료진의 오해'로 판단하였다.
불과 그 3개월 뒤, 5살 은비는 온몸이 상처와 화상으로 가득한 채 의식을 잃고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와 결국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 포천에서는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6살 입양아의 온몸을 테이프로 감아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아 사망케 하였으며, 더욱이 야산으로 시신을 들고 가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던 일명 '포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일련의 유사한 입양아동 학대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 11월 22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입양아동 학대근절·인권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도대체 무얼 했는지. 왜 같은 비극을 해가 바뀌어도 자꾸 반복해서 봐야 하는지. A양의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경찰에 대한 감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비난 여론을 의식해 학대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징계하는 조치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양부모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입양아동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촘촘하고도 면밀한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