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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시대, 뜨거운 프라이팬으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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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시대, 뜨거운 프라이팬으로 사는 법

[프레시안 리프레시 데이] 우물과 프라이팬

'부캐'(부 캐릭터)의 시대다. '부캐'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승승장구하는가 하면 요즘 유행하는 자기 계발서에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다.

월급 주는 본업은 본업대로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부업 삼는 것. 무미건조한 직장생활에 지친 직장인이라면 모두 꿈꾸는 삶일 것이다.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해", "젊은 때나 하는 거지", "여유 있어 좋겠네" 등.

열정 1도 올리기

1일 프레시안 리프레이 데이, <우물과 프라이팬 : 열기 있는 삶에 대하여> 웨비나(웹 세미나)가 열렸다. 카피라이터이자 카투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그리고 시인... 프로 N잡러 홍인혜 작가가 '내 안의 부캐 키우는 법'을 말했다. "우물이 아닌 프라이팬이 되라"면서.

우물은 '한 우물만 파라' 할 때의 우물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 빠꾸 외길 인생", 반면 '프라이팬'은 동시에 여러 요리를 할 수 있다. 한 쪽에 달걀 프라이를 익히면서 다른 한 쪽에 소시지를 익히고 또 다른 한 쪽에 팬케이크를 구울 수 있다.

▲홍인혜 작가 ⓒ프레시안(이한나)

홍 작가는 전형적인 프라이팬이다.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만화가가 됐고 시인까지 공식적으로만 5개의 직업을 가졌다. 그렇다고 그가 충동적이거나 본업을 대충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는 스스로 "돌다리도 부서질 때까지 두드려보고 결국 안 건너는 사람"이라며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본업은 카피라이터다. 무려 15년 경력을 가졌다. 광고에 대한 열정으로 광고 동아리부터 시작해 광고회사 국장까지 지냈다.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 '○○은 이런 치킨입니다', '즐거움엔 끝이 없다' 등 한번 쯤 들어봤을 문구들이 그에게서 나왔다.

광고인 홍인혜, 만화가 루나파크가 되다

광고회사에서 3년 쯤 일했을 무렵, 문득 "나만의 창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사랑했지만 광고는 광고주를 위한 일이고 온전히 나의 일이 아닌 팀의 일이었다. 작가 '루나파크'가 세상에 태어난 계기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일상을 소재로 한 만화를 연재했다.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이 <루나파크>, <사춘기 직장인> 등 책으로 엮여 나왔다.

'뜨거운 프라이팬'으로 살면서 번아웃도 왔었다. 퇴사를 하고 여행을 갔다. 'N잡러' 답게 일거리를 챙겨갔다. 영국 런던에서 몇 달 살면서 만화를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다이어리 같은 굿즈도 만들었다.

글도 썼다. 외국에 살면서 겪는 외로움, 인종차별 당한 우울함, 이런 감정들을 글로 풀었다. 홍 작가는 당시는 "감정을 예술로 해소한다는 자의식이 생겼던 거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 때의 글들을 묶어 첫 에세이집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를 펴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운 좋게 재입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직장을 다니니 새로운 결핍이 시작됐다. 다시 프라이팬에 새로운 걸 얹기로 했다. 그렇게 취미로 시 강의를 듣다가 2018년 말 결국 등단해 시인이 됐다. 식지 않는 프라이팬, 홍 작가는 그런 열정의 동력으로 '덕질불패'를 말했다.

"프라이팬을 달구는 동력은 덕질이에요. 덕질하는 사람은 막을 수가 없어요. 저는 다 덕질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야구를 좋아한다면 밤 9시에 퇴근하고 내일 아침 8시까지 출근한다고 해도 자기 전 30분은 야구 기사를 보겠죠. 그건 살아가는 동력이에요. 저에게 광고, 만화, 시 모든 건 다 덕질이었어요."

▲홍인혜 작가 ⓒ프레시안(이한나)

일단 시작하자, 사소해 보일지라도. 꾸준히

홍 작가는 시작이 특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직업이 직업을 끌고 왔다"면서 "광고를 했기 때문에 만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만화가를 했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작가는 "사소한 걸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는 "글을 쓰고 싶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며 "문학 수업을 들어도 좋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홍 작가가 다섯 번째 직업, '시인'이 된 것도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홍 작가는 "언젠가 한번 '루나님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시인이 되고 싶어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다 말만 하지 말고 직접 해보자 싶어서 시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한 시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씩 5년을 들었다. 직장인으로써, 그리고 예기치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홍 작가는 "5년을 그렇게 했으니까 제 나름 열심히 한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기처럼 소소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는 사실 모든 시작이 미미했어요. 홈페이지도 어설펐고, 초반엔 하루에 네 명 들어오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시작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많이 나요. 로또도 사야 당첨되잖아요. 모든 일의 시작은 작고 소박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크게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그냥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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