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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의 진짜 원인 찾기, 개혁에는 쉬운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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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세난의 진짜 원인 찾기, 개혁에는 쉬운 길이 없다

[기고] 다주택자 세대 분리와 증여가 만들어낸 전세난

전세난의 근본적 원인 : 1주택 실수요/다주택 투기꾼 프레임의 부동산정책 기조

정부의 전세 대책에도 전세 가격이 꺾일 기미가 없다. KB 월간 주택가격 동향 기준으로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91.8로 2001년 8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2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부의 전세 대책 발표 이후인 11월 넷째 주에도 서울아파트 전세 가격은 0.15% 상승하며 74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정부의 정책을 성공이라 말하기 어렵고, 고통받는 국민들께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사과하고, 19일 전세 대책을 발표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11.19 전세 대책에서 정부는 전세난 원인으로 저금리 추세와 갑작스러운 가구 분화로 인한 가구 수 증가를 꼽고 있다. 일리 있는 원인 분석이긴 하지만 왜 갑자기 8월 이후에 전세난이 심화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저금리 기조와 가구 분화가 8월 이후 갑작스레 일어난 것인가? 갑작스러운 가구 분화가 일어났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전세 시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진보와 보수가 주장하는 전세난 원인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전세난의 주요 근거는 저금리 추세와 매매가 상승 기대 하락이다. 저금리 추세는 전세를 받아 집주인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전세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서 얻는 1~2% 이자 수익보다 월세로 받는 수익이 더욱 크기에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주택이 월세주택으로 전환된다. 실제 200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전세주택은 줄어들고 월세주택이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매매가 상승의 기대가 없으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주택을 여러 채 사둘 유인이 없기에 전세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 임차가구 중 전세 및 월세 비율(출처 : 국토교통부, 2019년 주거실태조사결과)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금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이 낮아지니 월세보다 전세주택을 선호하게 마련이고 이는 곧 전세 수요 증가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장기적으로 서서히 전세 공급 물량을 감소시키고 전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원인들로 8월 이후 갑자기 전세 가격이 급등한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반면 보수진영은 지난 8월 도입한 임대차3법을 집중 공격하며 전세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계약 갱신 청구권, 임차료 상승 제한을 담은 임대차3법이 8월부터 적용되자 전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보수진영의 주장 역시 무언가 빠진 구석이 있다. 임대차3법이 전세 공급 물량을 줄인 것은 사실이다. 이사 갈 필요가 없는 대다수 세입자는 2년 더 머물러 살기로 결정하고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했기에 2년마다 나오던 전세 주택 물량 대다수가 2년 뒤로 밀리면서 전세 공급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가 2년 더 머무르기로 결정해 전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었다면 2년 더 머무르는 세입자만큼 전세주택을 찾는 전세 수요도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임차료 상승 제한은 전·월세주택 공급자의 수익을 줄이기에 전·월세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지만 단기에는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에서 줄이기 때문에 임대차3법이 전세 공급을 줄여서 전세 가격이 급등했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11.19 전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또 하나의 원인은 가구 분화로 인한 가구 수 증가이다. 가구 수가 늘어난 만큼 주택이 공급되지 않으면 주택 부족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서울의 가구 수 증가는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가구 수 증가보다 1인 가구가 더 많이 증가했다. 3~4인 가구는 오히려 감소했지만 1인 가구의 압도적 증가가 서울시 가구 수를 증가시켰다.

▲ 서울시 1인 가구 대비 전체 가구 수 증가 비교(출처 : 통계청)

현재 전세난의 진원지는 2~4인이 살기 적당한 아파트인데 1인 가구 증가가 아파트 전세난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전세난의 원인을 찾는 바른 방법이다.

시장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기본에서 생각해야 한다. 결국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움직인다. 현재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은 단기적으로는 전세 수요와 공급을 동일하게 줄이는데 왜 공급이 수요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했을까? 임대차3법 외에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와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주된 이유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로또청약 대기 수요가 이끄는 전세 수요 증가

먼저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를 찾아보자. 현재 서울과 서울 인근 도시들은 용산 정비창 및 태릉, 3기 신도시에 공급될 신규아파트 청약 대기 수요가 많다. 집값 잡기에 골몰한 정부가 매매 수요를 청약 대기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 허용한 '로또청약' 제도 때문이다. 현재 분양제도는 '로또청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수분양자가 가져가는 시세차익이 크기에 청약경쟁률이 수백, 수천 대 일이 될 정도로 청약 대기 수요가 엄청나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패널티를 매우 강화시켜 두었기에 신규아파트 청약 시장은 무주택자만이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로또청약은 다주택자에게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것은 막았지만 수많은 무주택자들을 전·월세 시장에 남아있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로또청약이 기대되는 지역에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해야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로또청약을 기대하는 많은 무주택자들이 해당 지역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수도권 도시 중 GTX 노선이 경유하는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인 남양주, 부천, 광명, 고양시 덕양구 등이 전세 가격 상승률이 높은 상황이다.

전세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전세 가격이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어려운 수요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요가 자녀교육을 위해 해당 지역에 머무르는 학군 수요이다. 서울 주요 지역 및 성남 분당, 수원 영통, 용인 수지 등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지역은 학군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지역들이다. 자녀교육으로 인해 좋은 학군에 남아있고자 하는 학군 수요는 전세 가격이 올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지역에 머무른다.

전세 공급량 감소 핵심 원인 : 다주택자 세대 분리 및 증여

임대차 3법은 공급과 수요 모두 줄어들게 하지만 수요보다 더 가파르게 전세 공급 물량을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있다. 다주택자의 세대 분리와 증여이다.

지난 7월까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주요 화두는 집값 안정화였다. 집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범인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하고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물량을 내놓게 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고자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지난 7월 다주택자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중과세 등 고강도의 다주택자 규제정책을 낸 이후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입을 막아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지역 집값 상승을 막았다. 하지만 다주택자 규제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지난 7월 10일 부동산대책을 끝으로 다주택자들이 숨을 수 있는 마지막 구멍을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집값은 오를 것으로 판단한 다주택자들은 보유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자식들에게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실제 7, 8, 9월의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량은 상반기 평균 1400건에 비해 2배가 넘는 3000건에 달한다.

▲ 2020년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량 추이(단위 : 건 / 출처 : 한국감정원)

증여를 한다 해도 2021년 6월 전에만 증여하면 양도세, 보유세 중과는 피할 수 있어 올해 7, 8, 9월에 집중적으로 몰릴 이유는 없다. 올해까지는 관망을 하며 집값이 상승할지, 하락할지 추이를 보면서 내년에 증여를 할지, 매각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다주택자의 수익 극대화 전략에서는 유리하다. 하지만 7~9월에 증여가 급증한 이유는 임대차3법이 기폭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임차인이 임대차3법을 활용해 계약 갱신 청구를 하면 다주택자는 아파트를 매각하기도 쉽지 않고 매각하더라도 매수자가 입주하고 싶을 때 입주할 수 없기에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게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목 좋은 지역의 아파트는 앞으로도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다주택자 입장에서 자녀를 세대 분리시켜 아파트를 증여하고 자녀가 들어가서 살도록 하는 것이 양도소득세도 내지 않는 등 향후 가족 전체의 부동산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유리하다.

아파트를 증여받은 자녀 입장에서도 1주택자 양도세 장기 특별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년을 실거주해야 하기에 일단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필요가 있다. 아파트에서 1년이나 2년을 살다가 다시 전세나 월세로 아파트를 내놓으면 계약 갱신 청구와 임차료 상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기에 전·월세 시세대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익 극대화 전략 차원에서는 일단 증여받은 아파트에 잠시라도 들어가는 것이 모든 상황상 유리하다.

공식 통계자료로는 증여받은 아파트에 세대 분리한 자녀가 들어가서 사는지 살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주택자 부모와 증여받은 자녀의 입장에서 부동산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일단 증여받은 아파트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 증여받은 자녀가 살던 집은 다시 전·월세 물량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지난 7~9월에 이루어진 아파트 증여는 다주택자 부모가 아직 세대 분리를 하지 않은 자녀를 세대 분리시켜 넘겼거나 세대 분리를 했지만 자기 소유의 집이 없는 자녀에게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던지 1~2인 가구에 적합한 오피스텔 등에 머물렀을 것이다. 현재 전세난의 핵심 주택은 3~4인 가구 아파트이기에 다주택자의 자녀들이 증여받은 아파트로 입주했다면 아파트 전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증여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가 일어났다고 해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었을 테지만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으로 전세의 공급과 수요가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는 증여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가 전세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말로 증여가 전세난의 원인이 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전체 전세 거래량 대비 증여 건수를 비교해보면 된다. 증여받은 아파트로 얼마나 들어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전체 전세 거래량 대비 증여 건수가 상당하다면 증여받은 아파트에 증여받은 자녀가 일부만 들어가 전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도 전세 시장에 주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

전세난의 핵심지인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과 증여 건수를 비교해보았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세 거래량이 증가하다가 8월부터 대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증여 거래량은 6월까지 2000건 이하에서 머물다가 7월부터 대폭 증가하여 전세 거래량 대비 증여 거래량의 비율이 9월에는 40% 수준에 이른다. 전세 거래량 대비 증여 거래량이 이 정도 비중이면 증여받은 아파트에 절반만 들어갔다고 해도 전세 물량이 대폭 감소하여 아파트 전세 가격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과 증여 거래량 비교(단위 : 건 / 자료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한국감정원)

임대차3법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대폭 줄고 언론이 연일 전세난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는 전세 수요자들은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공급자들은 가격을 올려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수월해지기에 수급 균형에 큰 문제가 없는 지방에서도 뒤이어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다주택자 규제와 임대차3법의 불행한 만남, 전세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3기 신도시 등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지역의 청약 대기 수요와 자녀 교육 등으로 해당 지역을 떠나기 어려운 고정된 학군 수요가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한편 다주택자의 세대 분리 및 아파트 증여가 전세 공급 물량을 대폭 줄여 현재의 전세 가격 급등을 일으켰다.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임대차3법이 전세난의 핵심 요인이 아니다. 임대차3법은 다주택자 규제와 맞물려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다주택자 규제를 강하게 하여 집값을 안정시켜 집값 상승 기대를 꺾으면 갭투자 수요가 줄어들어 민간임대 물량이 줄어들고, 전·월세 시장에 머물러 있으려는 수요가 많아져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것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고강도의 다주택자 규제정책인 7.10 대책 직후 곧바로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임대차3법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많은 임차인들은 전·월세 가격 상승 걱정 없이 2년을 더 머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정부가 간과한 것은 다주택자 규제로 증여가 늘어날 가능성을 가볍게 여긴 측면과 임차인 보호제도인 임대차3법이 증여를 가속화시키고 전세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일 것을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다. 이러한 부작용까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다주택자 규제를 하는 방식에 있었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원칙과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차원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지역·가격·주택 규모 별 대상을 정해 핀셋 방식으로의 접근이 문제의 근원이다. 아울러 다주택자에게 집값 상승의 책임을 돌리고 1주택자를 정치적 아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주택자 투기꾼/1주택 실수요자 프레임으로 1주택을 권장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부동산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증여가 많이 일어난 이유는 따지고 올라가 보면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면서 규제를 하는 한편 1주택자를 정치적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보유세 부담이 주택 가격의 1% 수준이면 증여보다는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부담이 있으면 1인 가구가 3~4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아파트를 쉽게 증여받고 보유할 수 없다.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면 사람들이 각자의 소득과 살림살이 규모에 맞추어 주택을 선택하게 한다. 주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로 최적화시킨 배분 효과를 만들어낸다. 지대추구행위가 사라진 시장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자원을 배분하는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시장은 영리하고 영악하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와 같은 정공법을 쓰지 않고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갈라치기 해서 다주택자 규제, 1주택자 권장 방식으로 계속 가니까 다주택자 규제/1주택자 권장이라는 정책의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결국 증여까지 시도하며 임대차 시장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이들은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기에 아직도 다주택자를 탓한다면 곤란하다. 다주택자들이 피할 수 있는 틈을 계속해서 열어둔 채 정책을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전세난에서 얻는 뼈저린 교훈 : 쉬운 길은 없다!

다주택자 세대 분리와 증여가 최근 3개월간 전세 가격 급등의 원인이라면 다주택자들도 무한히 세대 분리와 증여를 할 수 없기에 전세 가격 상승세는 차츰 잦아들 것이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량도 7, 8, 9월에 급증했다가 10월부터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114의 서울 신규아파트 공급량 예측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의 서울 신규아파트 공급량이 매우 줄어들어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11.19 전세 대책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2년간 11만4000가구의 전세주택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다면 신축아파트 공급량 축소를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임기 막바지로 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개혁적인 부동산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음 정부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시장의 대응이 만들어낸 결과를 곱씹으며 참고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보다는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엄격한 심판의 역할을 하며, 시장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 일이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근본 질서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부동산 시장 선진화 방안을 제시하며 국민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도를 목표로 삼고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갈라치기 하여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 크든 작든 이익을 누리는 1주택 소유자들의 정치적 저항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소수인 고가주택/다주택자만 핀셋으로 규제하면서 집값을 안정시키고 1주택자와 임차인들까지 정치적 아군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은 결국 1주택자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의 정치적 지지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개혁은 지난하고 힘든 싸움이다. 정도가 아니라 안전하고 편한 방법으로 가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비싼 대가를 치른 정치적 교훈이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며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을 개혁하고 싶은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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