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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와이로(わぃろ)와 와이로(蛙利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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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와이로(わぃろ)와 와이로(蛙利鷺)?

카카오톡에 굉장히 긴 문장이 하나 왔다. 외이로의 유래라는 글이었다. 내용을 보면 언뜻 우리말인 것처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규보의 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백로가 개구리를 뇌물로 받아서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우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려 의종 임금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히 민가를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을 했지만, 집주인(이규보 선생)이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임금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 집(이규보)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했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라고 써있었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느 만큼의 지식은 갖추었기에 개구리가 뜻하는 걸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중략>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했다. 바로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자"는 거였다. 백로를 심판으로 하고 노래시합을 하자고 했다. 이 제안에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노래를 잘 하기는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시합을 제의 하다니, 하지만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다. 그리고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반대로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의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한테 뇌물로 가져다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었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심판인 백로의 판정을 기다렸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심판인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꾀꼬리는 노래시합에서 까마귀에 패배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서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주고, 까마귀가 뒤를 봐 달라고 힘을 쓰게 되어 본인이 패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꾀꼬리는 크게 낙담하고 실의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라는 글을 대문 앞에 붙혀 놓았다고 한다. 이 글은 이규보 선생이 임금한테 불의와 불법으로 뇌물을 갖다 바친 자에게만 과거급제의 기회를 주어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이때부터 와이로란 말이 생겼다. <중략> 그 후에 궁궐에 들어와 임시과거를 열 것을 명하였다고 한다. 과거를 보는 날, 이규보선생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가 바로 "唯我無蛙 人生之恨" 이란 여덟 글자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와이로가 우리말이라는 의미에서 카카오톡에 쓰게 되었고, 이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옮기기 시작했다. 필자의 손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멈추게 된 것 같다. 이 글이 와이로의 유래가 되기는 어렵다. 우선 독음부터가 틀렸다. 이로울 利자는 문두에 나올 때만 ‘이’로 읽을 뿐이고, 문장 중간에 있으면 ‘리’로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발음은 ‘와리로’라고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와이로(わぃろ)가 일본어이기 때문에 우리말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면서 “뇌물”만 쓰도록 하였다. 굳이 이규보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와이로’가 일본식 어휘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되지도 않는 것을 유래라고 여기저기 옮기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자신의 현학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검증되지 않은 것을 전하는 것은 잘못이다. 요즘 가짜 뉴스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사실 필자도 가짜 뉴스에 시달리다가 화가 나서 유튜브를 끊고 산 적이 있다. 이제는 음악만 듣는다. 가짜 뉴스 같은 것을 보지도 않을뿐더러 카톡으로 오면 바로 삭제하고 만다.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확하지 않은 것은 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도 아닌 것을 우리말이라고 우기는 저의가 무엇인지 정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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