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 3차 대유행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이 맞은 가장 중대한 위기다.
2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583명이 코로나19에 신규 확진됐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533명이며 해외 유입 확진자는 30명이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는 3만2318명(해외 유입 4504명)에 이르렀다. 현재 4853명이 격리 중이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명 줄어들어 78명을 기록한 반면, 사망자는 2명 증가했다. 누적 사망자는 515명이다.
이에 따라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한 지난 3월의 1차 대유행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실화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11월 8일 100명을 넘어선 지 18일만, 3월 6일 518명을 기록한 지 약 8개월만"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의 확진자가 확인되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일상 공간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213명(해외 유입 5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의 누적 확진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8000명을 넘어섰다(8113명).
인천에서 19명(해외 유입 2명), 경기에서 183명(해외 유입 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수도권 전역의 신규 확진자는 415명이며 해외 유입 확진자 13명을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 발생 확진자는 402명이다.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 규모는 지난 20일 200명을 넘은 후(218명) 엿새 연속 200명대를 유지하다 이날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와 경북의 대규모 유행 상황은 2월 20일 처음으로 세 자릿수(104명)의 전국 신규 확진자를 낸 후 2월 29일(8130명)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유행이 확산하면서 3월 14일(107명)까지 약 한달에 가까운 기간 일일 세 자릿수의 신규 확진자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3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보고된 날은 2월 27일(449명, 당시는 오전 9시 기준)부터 28일(427명), 29일(909명), 3월 1일(595명), 2일(686명, 전날 오전 9시부터 이날 0시까지 기준), 3일(600명, 0시 기준), 4일(516명), 5일(438명), 6일(518명), 7일(483명), 8일(367명)까지 11일 연속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는 대구와 경북의 특정 집단(교회, 정신요양병원)이라는 거대한 감염자 군집이 형성돼 집중적인 검사 역량을 투입해 불길을 끌 수 있었다. 일상 공간 곳곳에서 감염이 소규모로 확산하다 대형 클러스터화하는 지금의 상황과 다르다. 지금의 유행을 추적하고 방역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방역당국은 이미 토로한 바 있다.
더구나 지금의 유행은 인구밀집도가 전국 최상위인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한다는 점에서 위기감의 수준이 다르다. 역대 하루 가장 큰 규모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2월 29일(909명) 당시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수도권이 처음으로 감염 중심 집단이 된 5월 초의 클럽 발 집단 감염의 경우 절대 규모 수준이 하루 두 자릿수 신규 확진자에 불과했다.
다시 하루 세 자릿수 확진자가 보고된 8월의 2차 유행도 수도권이 중심이었으나 그 규모는 지금에 비해 작다. 8월 14일 20일 만에 처음으로 하루 세 자릿수의 신규 확진자(103명)가 보고된 후 같은 달 27일 하루 44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정점을 찍은 2차 대유행은 9월 19일(110명)까지 약 한달에 가까운 기간 세 자릿수의 하루 확진자를 낳았다.
그러나 이 기간 8월 27일 하루 404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을 포함해 하루 확진자가 300명을 넘은 날은 7일이며, 당시 수도권의 피해 규모는 지금보다 작다. 8월 27일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는 315명이다.
더불어 당시 확진자가 교회와 광복절 집회에 참가한 고령층에 집중된 반면, 현재는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한다는 점도 다르다. 고령층이 집단 감염층이 되면 사망률이 올라가지만, 바이러스 전파 수준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활동량이 큰 젊은층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진다.
박능후 1차장은 "특히 젊은층의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20~30대 감염자 비중이 한 달 사이 28%로 올라갔고,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젊은 중환자도 19명에 달한다"며 "우리 생활 공간 어디서나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가 감염되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비수도권의 감염 규모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작았으나 그 절대 수치는 168명(해외 유입 17명)으로 작지 않다.
부산에서 22명(해외 유입 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광주에서도 14명의 새 확진자가 보고됐다. 한동안 심각한 수준으로 감염이 전파된 강원의 신규 확진자는 8명으로 이전 감염 양상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었으나 경남에서 45명의 대규모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경남 진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확산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충북과 충남에서 각각 8명, 16명의 새 확진자가 보고됐고 전북과 전남에서도 16명, 9명의 새 확진자가 나왔다.
유행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이날 군은 거리두기 수준을 2.5단계 기준으로 전격 격상하고 전 장병의 휴가와 외출을 12월 7일까지 중지했다.
전날 경기 연천의 한 신병훈련소에서 55명의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철원에서도 군인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른 조치다.
박 1차장은 "3차 유행이 규모와 속도를 더해가는 시점에서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절실하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야만 이번 유행을 극복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방역 추적의 어려움을 근거로 시민의 자발적 거리두기 동참에 호소하고 있으나, 유행 속도가 매우 빨라 이미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수도권만이라도 거리두기를 추가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수도권의 경우 아직 현 수준으로 통제가 가능하지만, 수도권의 상황이 기존 예상보다 더 심각한 만큼, 거리두기 단계 추가 격상을 고려할 때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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