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의 비리와 열악한 기수의 처우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문중원 기수의 1주기를 맞아 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추모제가 24일 정부 서울청사 옆 세종로 공원에서 열렸다. 정부 서울청사는 작년 12월 27일부터 3월 7일까지 72일 동안 문 기수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대져있던 곳이다.
원래 많은 사람과 함께 하려 했던 추모제는 유족과 추모제를 주관한 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의 스님들을 중심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지침 때문이었다.
6명의 스님이 문 기수의 영정 앞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를 했다. 부인 오은주 씨, 아버지 문군옥 씨, 어머니 김혜숙 씨가 그 뒤에 자리를 잡았다. 문 기수 싸움을 함께 했던 활동가 몇몇이 얼마간 거리를 두고 근처에 섰다.
발원 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눈물을 훔치던 유족은 문 기수의 영정에 잔을 올릴 때 오열했다.
유족들은 문 기수 죽음의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싸움을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인 오 씨는 "아버님 어머님께서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앞에서 절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이렇게 한 사람의 생명은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버지 문 씨는 "우리 중원이가 마사회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고 잘못된 구조와 제도가 고쳐져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은 행복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며 목숨을 끊은지 1년이 된 오늘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죽는 날까지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문 기수 싸움을 함께한 공공운수노조와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문 기수가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기원하며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마사회를 더는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 곳으로 개혁하겠다고 다짐했다.
발언이 끝난 뒤에는 가수 박준 씨의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박 씨는 <전태일 다리에 서서>와 <힘들지요>를 불렀다.
추모제의 마지막 순서는 추모제가 열린 세종로 공원에서 정부 서울청사 옆 문 기수의 운구차가 대져있던 곳까지 갔다 돌아오는 것이었다. 문 기수의 영정이 맨 앞에 섰고, 그 뒤를 스님들과 부인 오 씨, 어머니 김 씨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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