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가 교수와 교직원에게 총장명의의 이메일을 보내 인제사랑기금 모금을 요구해 교수평의회와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
인제대학교는 지난 19일 학교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미래교육 현신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며 총장명의의 인사말과 함께 학교발전 및 교육환경개선 및 장학지원을 위한 ‘코로나19극복 인제사랑기금 기부약정서’를 첨부해 발송했다.
약정서는 연봉의 1% 또는 100만 원, 자율금액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인제사랑기부 약정 메일을 받아든 교수평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교수평의회는 20일 논평을 통해 “교비의 편성 권한은 총장에게 있다. 대학구성원 누구도 이 권한을 침해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총장이 예산 편성 및 집행상의 중대한 잘 못으로 재정 관리에 실패했다면 특히 그 때문에 대학이 적자 재정의 위기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한 추경의 압박을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본연의 직무를 잘 못 수행한 총장과 이를 감독해야 할 학교법인 이사회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을 이런 상황에 빠지게 했다면 총장은 자신의 잘못을 대학 구성원에게 솔직하게 고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도움을 구해야지 일언반구의 이유 설명도 없이 ‘가족사랑 의’ 미명을 내걸고 모금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수평의회는 “총장이 자기 잘못으로 인한 대학 운영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그 책임을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일은 21세기 지성의 전당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총장은 자신의 예산편성권을 고집하지 말고 ‘대학자치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해 집단 지성을 통해 예산안을 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산편성과정이 투명하지 못한데다 심지어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급여일부를 기부하라는 메일을 보낸 것도 총장의 독단이자 갑질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대학 측은 “다른 학교에서도 발전기금을 모금하는 사례는 많다. 오히려 우리가 늦다. 외부 기금도 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등록금중 일부가 코로나19 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10여억 원 이상이 지출됐고 학생들이 생활관 입소를 할 수 없어 5억여 원의 추가지출이 이루어지는 등 재정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내린 결정” 이라고 전했다.
또 “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학과 교수와의 개별면담, 교직원(행정부서장 중심) 에게 필요성을 설명했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여건으로는 동문과 학생을 포함한 모금은 힘든 상황이라 학교에서 급여를 받는 내부구성원(교수 직원)들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평의회는 “우리 공동체에 닥친 어려움 우리에게 드리운 그림자를 함께 뛰어넘어야 하는 운명을 알기에 우리는 그동안 대학운영자들의 양식을 믿고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을 묵인해 왔다” 며 “(그동안)필요성이 납득되지 않는 새로운 고위직 보직의 임명, 퍼스트 이니셔티브 사업 기획, 인사제청의 오남용, 긴축재정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벌어진 본관 리모델링 등 이해하기 어려운 교비지출들이 작금의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했다" 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실이 이러한데도 발전기금의 기부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사랑과 가족주의로 포장해 우리 인제대 구성원에게 보내다니 그 발상 자체가 놀랍다. 여전히 낮은 급여와 빈약한 복지 수준에 허덕이는 교원과 직원을 상대로발전기금약정서를 돌리는 행위는 위장된 폭력”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내년도 교비 예산안을 짜고 있는 마당에 총장은 자신의 예산편성권을 고집하지 말고 ‘대학자치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해 집단 지성을 통해 중지를 모아 예산안을 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당한 기부 요구는 기부에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대학다운 대학의 운영은 1인 총장의 명분없는 기부요구가 아니라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원탁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평의회의 입장이다.
노조도 이번 학교측의 발전기금모금에 반발하고 있다. 기금모금에 반발하는 차원이라기 보다 대학운영의 불신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학교는 올해초 학교의 발전을 위해 파격적 대우의 고위직 직원을 체용했고 4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외부 컨설팅까지 받은 일을 논평을 통해 꼬집었다.
심지어 “총장의 공약으로 기금과 사업비 확충을 통해500억 원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500억 중 내부구성원의 발전기금 유치도 내포하고 있었는가”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노조는 22일 논평을 내고 “경영에 참여할 수도 없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교직원들이 발전기금을 내고 경영에도 참여해 도와달라는 것이냐”며 “(부속병원에 비해)차별대우도 모자라 마른걸레를 짜는 형국”인 대학 측의 모금 요구에 반발했다.
이들은 대학 측에 “교직원의 쌈지돈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합원들에게는 “총장에게 줄을 서고자 하는 사람과 인사와 승진에 불이익을 당할까 무서운 내부구성원은 앞 다투어 발전기금을 약정할 수도 있을 것” 이라며 학교측에는 마녀사냥을 멈출 것을, 교직원에게는 “현혹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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