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는 '빅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 원을 연내에 투입해, 이 자금으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주식 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된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한항공은 내년 6월30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단숨에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성공적인 빅딜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과 혈세 투입, 이해당사자들의 반발 등 각종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성공적인 빅딜보다는 '공멸로 가는 빅딜'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더욱 악화돼 인수계약까지 맺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월 인수를 포기할 정도였다. 정부는 시장에서는 더 이상 인수 자본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하고, 혈세를 지원하는 빅딜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실기업끼리의 빅딜은 성공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수 주체라는 대한항공 자체가 무려 23조 원의 빚더미에 올라 부채비율이 1100%이며,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12조 원으로 부채비율이 2300%나 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률이 56%에 이른다.
이미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곧바로 바닥나 공적자금인 기간산업안정자금 자금 2400억 원을 추가지원했다. 대한항공에도 1조2000억 원을 투입했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예고된 수순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급속히 종식되지 않는 한 업계 전망도 어둡다. 빅딜이 공멸로 끝나지 않으려면 혈세 투입으로 버티는 최악의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혈세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즉각 "노동자 의견을 배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을 부실의 늪에 빠뜨린 오너 일가에 혈세를 투입해 그룹 경영권까지 보장해주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회장 측과 대립해온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은 이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 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율은 41.14%, 3자연합은 46.71%로 3자연합(KCGI,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분 경쟁에서 앞서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지분 투자로 한진칼의 지분 10% 정도를 확보하게 된다. 단일주주로는 KCGI, 반도그룹, 델타항공에 이은 4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 후 조 회장 측 지분은 산은 지분을 포함해 41.78%에서 47.99%로 급상승하는 반면, 3자연합 지분율은 45.23%에서 40.41%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KCGI는 “조원태 회장의 시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 및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서 “조원태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에 대해 KCGI는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에는 독과점 문제도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칠 경우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는 통과할 수 있어도, 매출이 발생하는 외국의 경쟁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우려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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