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지난 9월 28일 입법예고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민사상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여 불법행위의 반복을 방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일부 개별법에서 산발적으로만 도입되어 있고, 손해배상의 범위도 대체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3배를 한도로 하고 있다.
한편 이번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분야의 구분 없이 모든 상행위 전반에 걸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며,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법원이 행위의 정도, 발생한 손해의 정도, 가해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재산 상태, 처벌 경위,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하여 손해를 입은 5배의 한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본격적인 인식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났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30대 젊은 산모 7명이 폐질환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발병 원인을 알 수 없었고, 이 중 4명이 치료 도중 사망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 6일 기준, 사망자가 1600명에 육박하고, 이들을 포함한 피해자가 6900명을 넘었음에도, 지금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실제 숨진 숫자는 신고 건수의 10배에 가까운 1만4000여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인 폭스바겐은 센서 감지 결과를 바탕으로 주행시험 시에만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마치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것처럼 조작했다는 사실이 2015년 발각되었다. 특히 폭스바겐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존재하는 미국에서는 굽신거리고, 반면 동 법률이 부재한 한국 시장에서는 뻣뻣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법제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반면 이에 찬성하는 측이 내세우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상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견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의 의견이 공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기업의 악행을 실제로 경감시킨다는 여러 증거가 미국 등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확인이 되고 있고, 윤리경영을 기업 스스로 실천한다면 소송에 휘말릴 일도 없을 것이기에 과도한 기업 옥죄기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현행 손해배상 제도는 실손해액을 피해자가 엄격하게 증명하여야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가해자에게 부과되는 페널티(penalty)도 없을뿐더러, 설령 증명된다고 하더라도 가해 금액에 대한 벌금만 부과된다는 점에서 악행을 억제하는 기능이 제한적이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피해액만 물어주면 될 뿐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소정의 위로금, 즉 가해행위에 대한 추가적인 벌금이 있어야 재발의 여지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다만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집단소송 남소의 우려가 있음은 합리적인 추정으로 여겨지는 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소송 남발을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남소방지 대책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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