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적용을 연기해야한다는 주장에 '전태일 정신'을 끌여들여 비판을 받은 윤희숙 의원이 15일 재차 '전태일 정신'을 언급하며 주 52시간제로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같은 무리한 논리 전개에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재난 상황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 52시간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지 말자는 제 주장에 전태일 열사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라고 재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이 줄 경우 시간당 급여는 변하지 않겠지만 초과수당이 감소해 소득이 줄어들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태일 정신'을 둘러싼 논쟁은 앞서 윤 의원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그는 "선량하고 반듯한 젊은이 전태일로서는 근로기준법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법을 지키지 않는 비참한 근로조건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라면서 "그 죽음의 책임이 대부분 당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시행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듦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라며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자본가와 부당한 노동 현실에 맞선 전태일 열사가 과도한 규제 탓에 세상을 떠났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했고,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직도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장시간 노동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저열한 인식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대한민국 경제를 후진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전태일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런 소리 하는 데에 왜 전태일을 파나. 그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윤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인가.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인가"라고 반박했다.
각계의 비판에도 윤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태일 열사를 주 52시간 논란에 소환하는 것은 자신의 이념적 주장을 합리화 하기 위해 그의 죽음의 의미를 지극히 자의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추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현재의 정치적 정책적 논쟁에 소환하여 갑론을박하는 것은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며 "전태일 열사를 두고 정치적 편가르기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학자라면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옳은 방식이 아니다"라며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전태일 열사를 두고 정치적 편가르기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주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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