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준수하라고 요구한 전태일 열사의 주장을 묘하게 비틀어, 근로시간 이상 일하도록 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윤 의원은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전쟁통에 만들어졌습니다. 주변 선진국의 법을 갖다놓고 베껴 '1일 8시간 근로'를 채택했다"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듬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거리만 준다면 근로조건이 아무리 나빠도 근로희망자들이 새벽마다 공장문앞에 줄을 길게 설 정도였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선량하고 반듯한 젊은이 전태일로서는 근로기준법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법을 지키지 않는 비참한 근로조건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고 했다. 윤 의원은 "그 죽음의 책임이 대부분 당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시행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 원인을 '시대에 맞지 않는 근로기준법'에 돌렸다.
이어 윤 의원은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로' 때문에 안그래도 코로나를 견디느라 죽을둥살둥인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며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 간, 특히 약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수많은 약자의 일자리를 뺏은 문재인 정부 동안 곱씹어온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주장이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런 소리 하는 데에 왜 전태일을 팔아? 저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겁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 52시간 근로) 찬성 하셨어요?"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노동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윤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재반박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인상, 임대차3법 등으로 살이 부스러질만큼 부스러진 우리 경제를 홀랑 태워먹기까지 하지 않으려면, 일자리 없애는 것을 전태일 정신으로 둔갑시키고 강성노조편만 들며 전태일을 모욕하지 말고 이 코로나 시대 작은 일자리도 절실한 국민들을 위해 일해달라"고 했다.
'전태일 정신'을 언급하며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낸 윤 의원은 과거에도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주제로 알려진 국회 5분 연설을 통해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안된다', '임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
주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적용 유예 주장을 하려면 중소기업의 현실 사례를 들면 될 것인데, 애꿋은 '전태일 열사'를 끌어들여 논리를 꿰 맞추려다 보니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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