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다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졌던 손모(39) 씨가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손 씨가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라며 "생명 나눔을 위한 그 뜻이 잘 전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손 씨는 지난달 30일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던 중 6m 높이의 리프트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손 씨는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며 지내왔다.
손 씨가 뇌사판정을 받은 뒤 손 씨의 가족은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손 씨의 친형은 폐 이식을 담당해 오던 흉부외과 의사로 "그동안 아픈 환자들을 위해 수없이 많은 수술을 했지만 제가 기증자 가족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뇌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동생의 일부분이라도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손 씨의 친형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방관적인 호텔 측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친형은 "사고 이후에 가족을 찾아와 그 흔한 위로의 말도 사과의 말을 전하기는커녕 언론 보도가 시작된 이후 호텔 측은 반박 입장만 내기에 바빴다"며 "호텔 측은 진정 어린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친형은 동생이 당한 사고와 관련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호텔 앞에서 1인 시위도 예고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친형은 "부디 이 세상을 떠난 제 동생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장례 절차가 끝나는대로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의견서를 제출하러 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사고가 발생한 뒤 친형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호텔 측이 작업 용도에 맞지 않는 리프트를 제공하면서 안전관리 부실과 사고 직후 대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반면 호텔 측은 작업자가 작업 편의상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책임 소재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호텔과 업체를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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