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특급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다 추락해 의식불명에 빠진 작업자의 가족들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가족 측은 이틀 뒤 열리는 뇌사판정위원회에서 최종 판정이 나오면 기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업자의 친형 A 씨는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오늘 저희 동생이 1차 뇌파검사에서 뇌사판정을 받았다"며 "뇌사판정위원회에서 최종 사망진단을 내리면 가족들의 동의에 따라 장기기증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이후에도 호텔 측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호텔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준비 중으로 부디 이 세상을 떠날 제 동생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장례 절차가 끝나면 경찰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11분쯤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 내 연회장에서 작업하던 B 씨가 리프트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B 씨는 약 6m 높이의 천장에서 현수막을 달던 중 리프트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당시 B 씨는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의식을 잃었고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에도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다. 이에 B 씨의 가족 측은 이번 사고가 호텔 측이 작업 용도에 맞지 않는 리프트를 제공하면서 안전관리 미흡으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B 씨의 친형인 A 씨는 "상식적으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양측에서 현수막을 잡고 동시에 부착해야 안전한 설치가 가능하다"라며 "이런 작업을 용도에 맞지 않는 리프트로 2명이 작업하라고 한 것 자체가 이미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작업을 지시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호텔 측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 작업 지시는 호텔이 아닌 이 업체와 계약을 맺은 대행사에서 한 것으로 기존에 리프트 사용 계획이 없었다"며 "사고 당일 현수막 부착 위치도 전면이 아닌 측면에 걸겠다는 요청이 있어 원활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대여해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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