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현재 아직 최종 승자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런데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은 벌써부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시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중국이다. 중국 당국은 바이든 시대의 미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국내외적으로 어지럽혀 놓은 것들의 수습만으로도 여념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은 미중 양국의 대립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그 범위 또한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바이든이 전임자처럼 미국의 국내외적 위상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중국도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대응 능력을 키우면서 효율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그렇게 '격한 대립(Hard Conflict)'만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토대로 중국 당국은, 향후 중국 외교의 큰 틀에 대해 대략 다음과 같은 주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기민한 대미 선제 외교다. 미국의 국내외적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그에 따른 기민한 선제적 대응을 중국 외교의 핵심 축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국제사회와의 협력 외교의 강화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지난 시기와 같은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기란 점점 더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그 틈을 잘 파헤치고 들어감으로써 미국에 의한 반중 전선을 축소하고 친중 국가들을 확대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매우 좋지 않은 중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소프트 외교를 강화해 나간다. 중국도 국제 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을, 특히 코로나19 이후 그 이미지가 더 악화되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 보다 더 역량을 발휘하는 주도국가로 성장해 나감에 있어 최대 장애가 될 것임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격렬했던 미중 패권대립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적 요인 등으로 인해 제대로 대처할 만한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이제는 이전과는 달리 좀 더 적극 대처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은, 우리에 대해서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다소 냉랭해질 것 같다. 그동안 중국은 미중 패권 대립 국면에서 우리가 미국에 더 근접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서 그렇지,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에 대해 나름 열의를 가지고 임해 왔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대미 외교에만 여념이 없었다. 이로 인해 결국 중국은 최근 들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사실상 단념했다.(☞바로 가기 : <우수근의 한중일 TV>, "중국 당국자가 들려준 시진핑 주석 연내 방한 '포기' 이유는?"). 그러면서 "우선 우리(중국)를 원하는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자세도 지니게 된 것 같다.
다음으로 일본. 일본은 바이든 시대를 생각하며 일본 외교의 봄날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일본 외교는 새로운 출발선상에 놓이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은 미일 관계를 핵심 축으로 해왔고 지난 4년 간 '트럼프와 아베'의 개인적 친밀함을 토대로 그야말로 전세계가 알아주는 밀월 관계를 구가해 왔다.
하지만 어느덧 두 사람의 시기는 지고 그 자리를 개인적 친분이 없는 바이든과 스가가 대신하게 되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일본은 대미관계에 있어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출발선상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가 총리도 전임 아베 총리가 그러했듯이 미국에 또 그만큼 공을 들이면 또다시 밀월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4년 전 트럼프가 집권할 당시와 현재의 미일 양국이 놓여 있는 상황이 퍽 달라졌다. 즉 4년 전 보다 미국의 국내외적 상황은 더 녹록치 못하게 되었고, 이에 비해 중국은 더 부상하게 되었다.
눈치 빠른 일본은 이를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아베" 시기는, 미일 밀월기라 불리우며 겉으로 보여지기에는 좋았다. 물론 아베 개인은 트럼프와 골프를 치며 좋은 시절을 보냈지만, 정작 일본이라는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기존보다 4배 이상의 주일 미군 방위비 분담을 요구받는 등 적지 않은 횡포에 시달려 왔다.
스가는 바로 이와 같은 '외화내빈'을 비롯한 일본의 다양한 국내외적 상황에 새로이, 그것도 잘 대처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내년 9월의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와 실적을 만들어 내야만 비로소 3년 임기의 온전한 총리로서의 제대로 된 집권도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에 구애받지 않고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스가 총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화답해 온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가 물러나게 됐다. 이에 스가 총리는, 어차피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이 기회를 빌어 일본이 종전 이후 고수해왔던 미국 일변도의 외교 정책이라는 큰 틀에 드디어 메스를 대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에는 바이든의 집권이 어쩌면 한일 관계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즉, 인권 등을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의 바이든이 집권하면 북미 관계는 경색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북한이 도발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북한발 "안보 위기"라는 명분으로 한국에 대해서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여태까지는 아베 정권이 파놓은 강제 노동의 "현금화" 문제 등과 같은 암초로 인해 일본의 한국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고마운 도발"로 인해 더 중요한 국가 안보의 위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런 장애들을 뒤로함으로써 한국에게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은, 바이든의 집권을 계기로 기존의 오래된 외교정책에 새 봄을 가져오려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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