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특급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다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진 30대 남성이 여전히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텔 측의 안전관리 미흡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피해자 가족들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 동생이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대형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추락해 현재 의식불명 상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친형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호텔 측 관련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조사를 해야한다"라고 밝혔다.
A 씨는 "최근 해당 호텔이 새로 오픈하면서 제 동생이 일하는 곳의 새로운 거래처가 됐다고 들었다"며 "제 동생은 호텔에서 제공한 리프트로 대형 현수막을 벽에 부착시키 위해 고공 작업을 하다가 리프트가 통째로 옆으로 넘어지면서 약 6m 높이에서 추락해 심한 뇌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연회장에는 같이 일하던 동료 1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보안요원 1명을 붙잡아 같이 응급처치를 했다"며 "현재 동생은 의식과 자발호흡이 전혀 없으며 의학적으로 뇌사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사망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고 전했다.
특히 A 씨는 이번 사고가 안전장치도 하나 없이 높은 벽면에 현수막 설치를 요청한 호텔 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텔과 같은 대형 연회장에는 보통 현수막을 안전하게 걸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해당 호텔에는 그런 장치가 없었고 하청업체 직원 입장에서는 위험해도 할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저런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양측에서 현수막을 잡고 동시에 부착해야 안전한 설치가 가능하다"며 "이런 작업을 용도에 맞지 않는 리프트로 작업하라고 한 것 자체가 이미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지시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 동생은 결혼도 하지 않고 이제는 은퇴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며 "중환자실에 누워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생을 보면서 의사인 제가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지금까지도 호텔 측에서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찾아오지 않았고 그 흔한 위로의 말도 사과의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며 "부디 이 세상을 떠날 동생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호텔 측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 작업 지시는 호텔이 아닌 이 업체와 계약을 맺은 대행사에서 한 것으로 기존에는 리프트 사용 계획이 없었다"며 "현수막 부착 위치 전면이 아닌 측면에 걸겠다는 요청이 있어 원활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대여해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업체 직원분들이 작업 편의를 위해 안전 장치를 해제한 상태에서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난 것을 듣고 직원 10명이 초동 구호조치를 했고 그 이후에 119 구급차가 왔다"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경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오후 3시 11분쯤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 연회장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던 30대 남성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4200여명이 동의했고 다음 달 4일에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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