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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뼈아픈 승리...민주 하원 의석 줄고, 상원은 공화 우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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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뼈아픈 승리...민주 하원 의석 줄고, 상원은 공화 우위 가능성

[2020 美 대선 읽기] 정치적 양극화, 선거 통해 재확인...'두 개의 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제 46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11월 3일(현지시간) 실시된 선거에서 최종 승자는 이틀이 지난 5일 오후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이하 직함 생략)가 확보한 선거인단이 253명으로 트럼프가 확보한 213명에 비해 크게 앞서있다. 현재 바이든이 앞서고 있는 애리조나(11명)와 네바다(6명)에서 승부가 확정된다면 다른 주의 결과와 무관하게 최종 승자가 되는 270명을 확보하게 된다. 또 바이든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 지역에서도 격차가 각각 0.2%p, 0.4%p, 0.2%p로 역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대중투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선거로 승패를 결정한다. 총 538명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자가 된다.

하지만 이번 승리는 결코 민주당이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다.

바이든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얻었던 지역에다 '러스트벨트'(위스콘신, 미시간)을 더 얻으면서 승부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원래 '블루 월'(파란 벽)이라고 불리던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선벨트' 지역에서 바이든이 이긴 주는 애리조나 한 곳에 불과하다.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은 트럼프가 지켰다. 특히 바이든은 투표 마감과 개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른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를 3일 밤부터 잃으면서 기대했던 '압승'에서 멀어졌다.

특히 무엇보다 뼈아픈 지점은 바이든이 자신이 내세웠던 '통합'을 선거를 통해 성취해 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재선 선거기간 내내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분열적인 메시지를 쏟아냈고, 그의 지지자들은 바이든의 유세 차량까지 공격하면서 갈등을 조장했다. 3일 있었던 대선, 상원, 하원의 선거결과가 보여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를 낳은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선거일 전까지 24만 명에 육박하는 미국인들이 사망하고, 이로 인해 대공황 이래 최악의 실업률(4월 14.7%)을 기록하는 등 노동계층의 삶이 악화되고, 신디 매케인, 콜린 파월 등 공화당 내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트럼프에 반대하고 바이든을 지지하고 나서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트럼프는 '참패'를 당하지 않았다.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5일 오후 현재 47.9% 득표율)가 트럼프를 찍었다. 공화당은 상원선거에서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기대한 상원에서의 '파란 물결'은 일지 않았다. 하원선거에서 민주당은 다수당을 지켰지만, 의석수는 오히려 줄었다. 의회 선거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이긴 지역을 살펴보면...정치적 분열은 여전하다

상원 선거 개표에서 5일 오후 현재 민주당 48석, 공화당 48석을 기록하고 있다. 개표가 진행 중인 4곳 중 공화당이 3곳, 민주당이 1곳에서 우세하다. 이같은 판세가 유지된다면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을 갖게 된다. 임기가 6년인 상원의원(100명)은 2년 마다 3분의 1씩 교체하며 이번에는 35명에 대한 선거가 실시됐다.

민주당은 콜로라도와 애리조나를 탈환했지만, 앨라배마를 빼앗겼다. 또 기대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제이미 해리슨, 아이오와의 테리사 그린필드, 몬테나의 스티브 블록 등은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했다. 상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 주에서 바이든도 이겼고, 상원에서 패한 주에서 바이든도 패했다.

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 공화당은 플로리다에서 2석, 아이오와에서 1석, 미시간에서 1석, 미네소타에서 1석, 뉴멕시코에서 1석, 오클라호마에서 1석,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석을 민주당으로부터 빼앗었다. 농촌, 노동자 계층, 선벨트 등 트럼프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이다. 반면 민주당은 노스캐롤라이나 대도시이자 흑인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애틀란타에서 의석을 추가했다.

주류 엘리트 대 노동자, 백인 대 비백인, 대도시 대 농촌, 보수적 기독교 대 기타 종교 등 '대통령 트럼프'를 낳은, 또 대통령 트럼프가 증폭시킨 정치적 대립은 이번 선거를 통해 크게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립선을 더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민주당 대통령-공화당 상원, 오바마 정권 하반기 되풀이?

특히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확보에 실패한 것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통령과 공화당 다수 상원이라는 구도는 오바마 정부 2기 때 바이든이 경험한 '악몽'이 재현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이든은 지난 달 22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트럼프의 "당신은 부통령으로 있었던 8년 동안 충분히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왜 그때 못하고 왜 지금 와서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주장하냐"고 집요하게 따져 묻자 이렇게 답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막아서 못했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 때 정책들의 다수가 상원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오바마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 2월 연방 대법관 임명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당시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연방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지난 9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사망하자 4년 전 주장을 뒤집고 대선 불과 1주일 전에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에 대한 인준 표결을 통과시켰다. 상원 의장인 미치 매코넬이 바이든이 부통령에서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달라진 협상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줄 리는 만무하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점하는 것은 트럼프, 매코넬, 그리고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의 합작품인 보수 절대 우위의 연방대법원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바이든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임명으로 '보수 6 대 진보 3' 구도가 된 연방대법원 편향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상원 다수당이 공화당이 되면 '대법관 증원' 뿐 아니라 다른 식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도 현실화 되기 힘들다.

바이든, 트럼프 반대 이상의 어젠다를 보여주지 못했다

바이든의 '신승'은 트럼프 정부 4년이 고착화시킨 정치적 양극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4년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이 강했다. 이렇게 구도가 짜여진 것은 '룰 브레이커' 트럼프의 '파괴적 리더십'이 탓이 컸지만, 바이든도 이를 뛰어넘는 담대한 구상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1980년 대선에서 현직인 지미 카터 대통령(민주당)을 누르고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꽁화당), 1992년 대선에서 조지 H.W. 부시 대통령(공화당)을 꺾고 당선된 빌 클린턴 대통령(민주당)처럼 새로운 정책적, 정치적 흐름을 제시해 선거를 주도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군'적 성격이 강하지만 트럼프를 물리친 이후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을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등 공화당 온건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당내 진보그룹, 비백인 유권자 등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모인 이들을 선거 후에도 하나로 묶을 비전을 바이든은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했다.

대통령 트럼프는 사라져도 '트럼피즘'은 남았다

바이든의 '신승'은 행정부와 의회 만이 아니라 공화당과 민주당 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무지개 연합군'이었던 바이든 캠페인에 비해 트럼프 캠페인은 오히려 '단일 세력'이었다. 공화당 내 '네버 트럼퍼'들은 상당수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를 '아웃'시킨 이번 선거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피즘'(트럼프의 극단적인 정치적 주장에 열광하는 현상)이 미국 사회와 정치에 일정 정도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지지 세력에 크게 균열을 내서 압승을 했어야 트럼프식 정치에 대한 반성과 퇴출이 시작될 수 있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트럼프 친위부대에 가까웠던 린지 그레이엄 등 다수의 의원들 뿐 아니라 마저린 테일러 그린 조지아 하원의원 등 극우 성향 음모론인 '큐어넌' 신봉자들까지 의회에 진출했다. 그린은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고 불린다.

이런 흐름을 희석시키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피즘'은 '시즌 2'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바이든은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스크랜튼 출신인 자신이 아니라 뉴욕 맨해튼 출신인 트럼프에 열광하는지 성찰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앞)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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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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