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때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쿠팡 노동자의 남편은 현재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져 있다.
쿠팡 노동자의 사망도 올들어서만 4건째다. 지난 3월 40대 쿠팡 택배노동자가 배송 중 경기도의 한 빌라 계단에서 쓰러졌다. 이어 5월 인천물류센터에서 40대 노동자가 일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7월에는 쿠팡 천안물류센터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30대 파견노동자가 퇴근 후 사망했다. 끝으로 지난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7살 노동자가 자택에서 숨졌다.
왜 쿠팡 노동자들은 일하다 병 들고 때로 죽기까지 하는 걸까. 쿠팡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지난달 28일 '쿠팡발코로나피해자대책위원회(쿠팡피해자대책위)'가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수행해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쿠팡의 고용구조와 노동통제가 쿠팡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연이은 노동자 사망의 원인이며 이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쿠팡피해자대책위가 해당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네 편의 기고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자신들의 조사와 연구가 쿠팡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프레시안>이 4주에 걸쳐 쿠팡피해자대책위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물류업계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행·미용·식당 등 접촉을 필요로 하는, 그래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호황을 맞은 쿠팡의 물류센터 같은 일자리로 전보다 더 급속하게 유입되고 있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쿠팡은 물류센터와 택배, 배달 일자리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일자리로 선전하고 있지만 막상 쿠팡에 유입되는 노동자들은 이 노동에 사활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강제된 선택'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 집담감염의 이유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우연일까?
① 수많은 사람이 밀집·밀착해서 일하고, 수시로 동선이 교차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이라는 물류센터의 특성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확산되기 쉬운 조건을 제공한다.
② 로켓배송으로 상징되는 신속한 배송을 모토로 하는 쿠팡 물류센터의 업무는 손이 느리거나 실수를 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과도노동을 감내하면서 극심한 업무압박까지 견뎌내야 한다.
③ UPH(시간당 생산량) 등을 통한 노동자 관리방식은 현장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불합리하거나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업무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게 한다. 이것은 (쿠팡이 주장하는) 일시적으로 이 일을 선택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④ 업계의 호황으로 인해 물량이 급증하면서 노동과정은 더 혼잡해지고, 더 많은 노동자가 신규로 유입되면서 상황을 파악하거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여건은 더 심화된다(화장실을 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의 물류센터 현장의 강압적인 노동 관리방식은 많은 노동자를 통해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조건에 더해 기업 입장에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쿠팡은 이윤의 감소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결국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방역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안전감시단과 같은 조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중 한두 명이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던 것은 우연이다. 그러나 그것이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것은 노동 환경을 봤을 때 우연이 아니다. 감염원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거나, 유입되더라도 확산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역이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집단감염의 책임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거꾸로 평소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혹은 했다고 하는 방역 조치가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방역을 위해 개인적으로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역할이고, 국가에 국가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기업에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집단감염 이후에 쿠팡이 해야 할 일은 근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쿠팡은 소송을 걸고, 방역의 의무 역시 노동자 개개인에게 지우고 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 안전감시단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2400여 명이나 고용했다는 '와처'라고 불리는 안전감시단은 현장에서 그저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과 거리두기 하는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기초적인 조치이고, 개인의 역할이다. 힘겨운 노동의 와중에 땀에 젖고 흘러내리기도 하고, 식사든 뭐든 여러 가지 이유로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마스크를 철통같이 쓰도록 강제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책임을 다했다 할 수 없다. 거리두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안전감시단을 통해 여전히 방역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있다. 노동자들에게서는 집단감염을 일으킨 노동환경과 노동강도가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쿠팡은 '자유로움'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아파도 힘들어도 노동자들은 출근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만 운이 나쁘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저임금·과도노동을 강제하는 불안정한 노동형태는 심각한 우려 지점을 안고 있었다. 그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이어 이제는 잇따른 노동자들의 과로사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물류는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 경쟁도 더 치열할 것이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렇듯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쿠팡의 경우 기업의 책임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노동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부터 제 역할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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