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서울에서 제주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아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으로 딸을 잃은 유민아빠 김영오는 밥줄을 끊고 광화문 거리에 나 앉았다. 국가가 왜 바다에 빠진 국민을 구하지 않았는지, 대통령 박근혜는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42일 앙상한 뼈만 남게 된 투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세월호의 목적지인 제주로 향했다. “이게 국가냐? 우리가 국민이냐?”를 외치가 경찰서로 잡혀간 일은 충격이었다. 세월호 이후 아무 일 없던 듯 일상을 살아갈 평정심이 내 안에 없었다. 제주로 가서 ‘기억공간 re:born’을 시작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활동을 벌였다.
시간은 흘러 시민들의 촛불로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던 시기, 매주 주말 제주시청에서 자기 몸집만한 피켓을 들고 서 있던 사람이 있었다. 피켓에는 제주에 제2공항은 필요 없으며, 제2공항은 재앙이 될 것이고 공군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문구가 피켓에 적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경배였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세월호 이후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풀리지 않는 내 안의 질문에 ‘국책사업’의 문제가 겹쳐지던 순간이었다.
2017년 10월 10일, 김경배는 제2공항을 막겠다고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첫 밥줄을 끊었다. 이대로 가면 고향을, 삶터를 잃게 될 김경배의 모습이 광화문에서 딸을 잃은 유민아빠과 겹쳐졌다. 42일 간의 단식. 몸집만한 피켓을 당당히 들던 김경배는 앙상한 뼈만 남은 투쟁을 했다.
제주에서 서울로
나는 지금 제주에서 서울로 와서 세월호 대통령 문재인이 있는 청와대 앞에 있다. 세월호 공소시효 5개월을 앞두고 이대로 ‘과거사’로 묻을 수 없다고, 이대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밥줄을 끊은 피해당사자 생존자 김성묵 곁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 한 사람이 밥줄을 끊은 것이다. 며칠 전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던 김경배가 다섯 번째로 단식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와대에서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 그리고 제주를 생각한다.
서울에 오기 전 제주도청앞 천막촌의 657일차 아침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때도 내게는 제2공항과 세월호가 겹쳐졌다. 우리가 왜 원치 않는 공항을 만든다고 고향에서 삶터에서 쫓겨나야 하며, 7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호 공소시효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내다가 결국 면죄부를 줘야 하는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여기, 단식하는 사람이 있다
국민이 밥줄을 끊는 현실을 방기하고 방치하는 허울뿐인 국가는 필요 없다. 그 한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국가를 국민들이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 앞 길바닥에 이대로 살 수 없는 밥줄 끊은 김성묵이 있다.
환경부 앞 길바닥에 이대로 살 수 없는 밥줄 끊은 김경배가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여기 단식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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