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를 찾아 "이제는 방역에서 확실한 안정과 함께, 경제에서 확실한 반등을 이루어야 할 시간"이라면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인 555조8000억 원으로 편성한 데 대해선 "위기의 시대를 넘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시정연설과 국회 개원연설을 포함해 여섯 번째다.
문 대통령이 이번 시정 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위기에 강한 나라'다. 그는 "방역과 경제의 동반 성공, 두 마리 토끼를 기필코 잡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이를 위한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매우 엄중한 시기에, 비상한 각오와 무거운 마음"이라면서 "대한민국은 그런 가운데서도,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세계에서 가장 선방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면서 "K-방역은 전 세계의 모범이 되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었다"고 했다.
이어 "경제에서도 기적 같은 선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OECD 국가 중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전망되고 있고,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결같이 안정적으로 전망하며, 우리 경제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1, 2분기 역성장의 늪을 헤쳐 나와, 드디어 3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등하였다"면서 "3분기에 만들어낸 희망을 더욱 살려, 4분기에도 경제 반등의 추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한 해 네 차례, 67조 원에 이르는 추경을 신속하게 결정해준 것이 경제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었다"며 코로나 위기 속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555조8000억 원에 대해선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여 민생을 살리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우선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 예산 기준으로는 8.5% 늘린 확장 예산이지만, 추경까지 포함한 기준으로는 0.2% 늘어난 것으로,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도 함께 고려했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병행하여, 재정 건전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권에서 '역대 최대 빚폭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더욱 강화하여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2021년을 만들겠다"면서 예산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에서 일자리 유지와 창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도 일자리는 가장 큰 민생 현안이면서, 경제회복의 출발점"이라면서 "‘고용유지 지원금’ 등으로 46만 명의 일자리를 지키고, 청년, 중장년, 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으로 민간 일자리 57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가 직접 일자리 103만 개를 제공하여, 코로나로 인한 고용 충격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코로나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소비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내 관광 활성화, 지역 경제 투자 등을 강조하며 "한국판 뉴딜 펀드와 금융이 민간 분야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과 관련해선 "K-방역 제품과 비대면 유망품목, 문화콘텐츠 등에서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해외 플랜트 수주와 중소기업 수출자금 지원 등을 위한 무역정책자금 5조8000억 원을 추가 공급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경제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봐야 한다"면서 내년에 한국판 뉴딜 사업에만 국비 21조3000억 원을 포함해 전체 32조5000억 원을 투자하여, 3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디지털 뉴딜에는 7조9000억 원을 투자한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분야에 큰 강점이 있는 우리에게, 코로나 이후 시대는 오히려 선도국가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데이터 수집, 가공, 활용을 위한 '데이터댐' 구축, 교육, 의료 등의 비대면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그린 뉴딜에 소요되는 재원은 8조 원이다. 그는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의 토대인 안전망 강화와 인재 양성에 5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하는 한편, "디지털·그린·안전망에 더하여 한국판 뉴딜의 기본 정신으로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하여, 대한민국을 지역에서부터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아울러 "미래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도 3조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약계층 보호와 사람투자에도 더욱 힘을 쏟겠다"면서 "내년 1월 처음 시행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총 40만 명에게 취업 지원서비스와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제공하게 된다"고 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면서 "주택공급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며,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전세 시장이 요동치는 것과 관련해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하여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국방, 안보, 평화 관련 예산도 증액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 투자를 더욱 늘려 국방예산을 52조9000억 원으로 확대했다"고 했다.
이어 남북 문제와 관련해 "다시 대화가 중단되고,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크실 것"이라면서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 정부의 책임을 다할 것이지만, 한편으로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가축 감염병, 재해 재난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이 생명·안전공동체로 공존의 길을 찾길 소망한다"면서 "강한 국방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회에 협치를 당부했다. 그는 "국민은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국난극복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공정경제 3법, 경찰법과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법안 처리 등을 촉구했다. 특히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의 출범 지연도 이제 끝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회의 역할을 당부한다"면서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국회도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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