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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근자열 원자래의 원칙’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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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근자열 원자래의 원칙’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김주원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행복은 마을에서 ‘근자열 원자래’를 만들 때 더 배가된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라는 공자님 말씀이다. 마을은 집집이 모여 생긴다. 마을에서는 사소한 문제들조차 직접 개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주 사소한 문제가 때론 그 마을에서 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느 마을에 사느냐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어디에 사느냐는 심지어 사회적 지위까지 결정하기도 한다.

그 진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섭공이라는 제후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있었다. 백성들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었다.

세수가 줄어들어 제후는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초조해진 섭공이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님, 날마다 백성들이 도망을 가니 천리장성을 쌓아서 막을까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고민 끝에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 이 여섯 글자를 남겼다고 한다.

ⓒ프레시안(김주원)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람은 제쳐두고 남에게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 부모, 배우자, 자녀, 상사, 동료, 부하직원, 친구 등 허물없는 이들에게 먼저 잘하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줘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라는 ‘近者悅遠者來’는 정치, 기업경영, 가정사, 친구관계를 망라한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살면서 인간관계가 삶의 질, 성공적 삶을 좌우한다. 마을에서 이웃과의 관계에는 더 중요한 원칙이 된다.

마을은 이 원칙이 효과를 가장 잘 발휘하는 장소다. 마을자치가 잘 되면 마을이 잘살게 된다. 행복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마을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주민 간에 협력을 통해 마을이 더 행복한 마을로 발전된다.

마을주민들이 리더를 중심으로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모습이 지속된다면 마을에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 소문이 나면 날수록 마을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이웃을 가족처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마을에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얼굴을 자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이라는 점이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정담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도록 만드는 과정과 절차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이 마을이다.

소박한 일들을 깨끗한 공기처럼 항상 공유하며 사는 곳이 마을이다. 그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생활하는 과정이 마을자치다. 마을 구성원들이 서로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자주 묻고, 친밀감을 나타낼 수 있는 곳이 마을이다.

그 생활 과정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이 바로 마을공동체 활동이다. 마을 안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함께 고민해 더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급격한 사회변화로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하면서 더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도시는 구조상으로는 마을공동체 조건이 상당한 부분 잘 갖추어져 있다. 아파트라는 일상생활의 공간은 건축 구조상으로 벽 하나로 나뉘어 있다. 그렇지만 실제 이웃 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시설 대부분도 공동으로 사용되고 그 비용도 공동으로 분담하는 생활과 경제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웃 간에 대화하고 일상적인 소박한 나눔, 공동체 활동은 약하다.

일반 단독주택도 도시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명품아파트는 공동공간 활용이 잘되는 아파트다. 빈 공동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는 아파트는 명풍아파트가 될 수 없다.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아파트가 더 살기 좋은 아파트다.

농촌지역은 지연 혈연 학연 관계가 도시보다 더 밀접하다. 이웃 간의 관계가 도시에 비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마을에 따라 격차가 크다. 귀농이나 귀촌자가 많은 경우에는 갈등이 심한 일도 있다. 마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을의 문제점을 미리 잘 파악하여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마을 자치다.

마을의 의제를 수시로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는 마을은 귀농 귀촌자가 늘어나고 마을의 가치가 높아진다. 이웃 마을보다 땅 가치가 올라가고 마을주민들이 자주 모여 정을 나누기 때문에 행복한 마을로 바뀐다.

ⓒ프레시안(김주원)

근자열 원자래의 원칙은 실제로 지금까지 소개했던 많은 마을 사례들에서 확인된다. 귀농·귀촌 자수가 많이 늘어나는 마을은 이 원칙을 잘 수행하고 있는 마을이다. 그 마을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좋아서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모여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웃에 관한 관심과 배려는 내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방식이다.

영국의 BBC가 2005년에 작은 도시 슬라우에서 3개월간에 걸쳐 벌인 심리 실험 결과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그 실험을 통해 제시한 행복을 위한 수칙 가운데 유심하게 본 수칙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항목들이었다.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을 것, 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것, 하루에 한 번 이상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할 것 등이 행복의 조건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만들기와 다정한 대면 접촉을 강조한 이 조건들은 매우 이채로웠다.

왜냐하면 나의 행복이 나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심지어 초면인 사람에 대한 나의 환대와 공감의 능력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인간적으로 친절하게 대면하면 할수록 나의 행복도 그만큼 커진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단절이 아니라 연결되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둘 이상이 모여 서로를 존중할 줄 알아야 인간다운 것이다. 둘 이상이 되어야 물건을 교환할 뿐만 아니라 호의를 주고받을 수 있다.

ⓒ프레시안(김주원)

마을이 더 행복한 마을이 되려면, 마을은 배움과 나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나와 당신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또 한 사람을 중심으로 3의 법칙을 만들어 가야 한다. 둘 이상 셋이 모이면 집단이 된다. 두 개의 축으로는 땅 위에 세우기 어렵지만 세 기둥은 안정적으로 된다.

행복은 마을에서 “근자열 원자래”를 만들 때 더 배가된다.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좋은 인상을 주게 되고 귀농·귀촌을 결심할 수도 있다. 마을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꽃을 심는 일은 이웃과 함께 만들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면서도 행복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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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강원취재본부 김주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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