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꺾어서 한참을 가도 같은 풍경이다. 아파트 건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봉림동 인구 대부분은 주택에 살고 있다.
1970년대 창원국가산단이 조성될 무렵 도시개발사업으로 주택지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봉림동의 특징적인 풍경은 또 있다. 바로 아름다운 풍광이다. 뒤로는 정병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창원천이 흐르며 주택가 사이에는 봉곡민속체험시장과 지귀시장 등이 있다.
봉곡민속체험시장은 말 그대로 민속체험을 할 수 있는 특화 시장이다. 원래 봉곡시장이었는데 시장별 특화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난 5월 이름을 바꿨다.
지귀시장은 1982년 개장한 상설시장이 있고, 끝자리 날짜 1일과 6일이 되면 오일장이 들어서 인근 창원천 다리까지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봉림동은 아름답고 고즈넉한 주택가이지만, 사실 창원의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2008년부터 약 2년에 걸쳐 발굴 조사된 봉림동유적에서는 청동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석곽묘, 수혈주거지 등의 유구와 석기, 자기, 철기 등의 각종 유물이 출토됐다.
'봉림'이라는 지명도 역사가 오래됐는데, 통일신라시대 진경대사가 창건한 절 '봉림사'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지금은 절 터만 남아 있지만, 원래 그곳에 있었던 삼층석탑이 상북초등학교 교정에 옮겨져 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진경대사탑, 진경대사보월능공탑비도 원래 봉림사지에 있던 유물이다.
고즈넉한 한옥의 미를 즐길 수 있는 창원의집도 봉림동에 있다. 창원의집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순흥안씨 퇴은 두철 선생이 거주하던 집을 창원시가 사들여 전통문화공간으로 단장한 것이다.
창원시는 2012년 인근에 역사민속관도 건립해 산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봉림동에는 굵직한 기관과 시설도 꽤 많다. 대표적으로 경남도청과 경남지방경찰청, 도립미술관 등이 있고, 창원대학교가 있다.
창원대 뒤편에 있는 창원중앙역 역시 봉림동에 속하는데, 역세권 개발이 한창이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지금 상남동에 있는 한마음병원도 내년 봄 창원중앙역 인근으로 이전 개원할 예정이다. 창원국제사격장은 창원에 또 다른 활력을 불러오고 있다.
국제적인 수준의 시설을 갖춰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전 세계 사격인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후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도 ‘2021 월드컵사격대회’와 ‘2022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유치해 명실상부 사격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렇듯 봉림동은 청동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를 품은 데 그치지 않고 창원의집, 역사민속관 등을 통해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또 경남도청과 창원대학교, 창원국제사격장 등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주거지지만 알고 보면 창원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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