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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아기 올린 미혼모, 전적으로 그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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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아기 올린 미혼모, 전적으로 그의 잘못일까?

미혼모 지원제도 있지만 접근성 낮아, 사회적 고립 벗어나기 위한 돌봄체계 필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리는 게 말이 됩니까."

"애가 너무 불쌍하다. 책임도 못 질 거 낳았다고 다 부모는 아니다."

지난 16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 "20만 원에 아이를 입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다, 어떻게 아이를 판다고 할 수 있느냐", "너무 무책임하다.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등 자식을 중고사이트에 올린 부모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20일 경찰과 제주도에 따르면 '아기 판매' 게시글을 올린 미혼모 A 씨는 19일 오후 머물던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미혼모 지원시설로 입소했다. 아기는 경찰과 관련 기관의 논의 끝에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A 씨는 지난 13일 출산 뒤 친권 포기 과정을 거쳐 아기를 합법적으로 입양 보내는 절차를 밟아왔다. A 씨 본인도 벌이가 없고 아이 아빠와 부모의 가정 형편상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씨는 경찰과의 면담에서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하며 입양 기관과 상담을 하던 중 아이 출생신고 등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리자 두렵고 막막한 마음에 홧김에 그런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숙고의 기간, 미혼모에게는 '고립의 시간'

홧김에 자기 아이를 중고사이트에 올린 A 씨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 씨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그가 처한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서는 출생 신고를 하고 입양관련 기관과 상담하며 친권 포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7일간의 숙고 기간도 거쳐야 한다. 입양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한 제도지만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도움 받을 곳 없는 미혼모에게는 '고립의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미혼모들이 겪는 이 '고립'에 주목한다. 미혼모는 임신 후 출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고립을 겪는다. 아이 아빠와의 관계가 끝난 후인데다 임신을 이유로 부모와의 관계도 단절된 상태기 때문이다.

미혼모 단체에서 활동한 이윤진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출산을 결심하고, 출산 후에는 아이를 입양 보낼 수도 있고 마음이 바뀌어 자신이 키우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문제는 그런 고민과 결정의 과정을 홀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임신과 사회적 단절로 정서적으로 불안과 혼돈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전 팀장은 미혼모가 어떤 선택을 하든 안정된 상태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 돌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혼모가 임신 사실을 알고 출산과 입양을 결정한 뒤 입양특례법상 숙고기간인 7일을 거치는 기간 모두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

임신 당시에는 입양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출산 후 스스로 키우려고 마음을 바꾸는 미혼모들도 있다. 이 전 팀장은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사회적 돌봄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혼모를 위한 지원제도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이를 낳는다고 알아서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제도를 알아보고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 전 팀장은 이런 문제를 개선점으로 꼽았다.

아이 아빠가 양육에 책임을 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이 전 팀장은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양육비를 받으려면 소송을 통해 친생자임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준비하는 것도 어렵지만 친생자를 인정받는다 해도 아이 아빠가 연락 끊고 양육비를 안 주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취학 자녀를 둔 미혼모 10~40대 총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2018)' 조사 결과를 보면, 양육 미혼모 응답자의 82.7%는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를 들었으며 27.9%가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팀장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이 미혼모들을 경제적으로 더 취약하게 만든다"며 "차별이나 편견이 두려워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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