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 주요항만에 240억 원(1대당 30억, 총 8대설치)을 들여 설치한 육상전원공급설비(이하 육전설비)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김제‧부안)이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정부는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박의 엔진 가동을 멈추고 육상에서 선박에 전원을 공급하는 육전설비를 설치했다.
그러나, 선박에서 육상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수전설비가 없어, 육전설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배출량(약 31만9725톤) 가운데 10.5%(3만3495톤)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해양수산개발원(KMI) 자료에 의하면 컨테이너선 1척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트럭 50만대와 비슷하다.
대기 미세먼지의 주범인 선박의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함유량 배출기준을 3.5%에서 0.5%로 낮췄고, 배출규제해역인 부산항 등 국내 5대 항만에는 올해 9월부터 정박 중인 선박에 황함유량 배출기준을 0.1%로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9년 6월 26일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국내 주요 해운선사, 항만운영사가 ‘항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육상전원설비 시범사업’에 협약을 맺고, 해양수산부는 육전설비 예산지원, 항만공사는 육전설비 설치, 해운선사는 선박에 수전설비 설치, 운영사는 부지 및 시설물 제공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협약서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2019년 12월까지 육전설비를 마무리하고, 2020년 1월부터 육상전원을 선박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2020년 육전공급 횟수는 부산항만공사 166회, 인천항만공사 104회, 여수광양항만공사 32회로 총 302회 공급하기로 했다.
이원택 의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항만공사에 설치된 육전설비는 총 8대이고 육전을 선박에 공급한 횟수는 현재까지 부산 11회, 인천 0회, 광양 3회로 총 14회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육전설비가 설치됐으나 공급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대부분 선박에 수전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으로 240억 원을 들여 설치한 육전설비가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한 셈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협약을 체결한 해운선사의 수전설비 현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전설비가 국적외항선박 20척에만 설치돼 있고, 국적내항선박의 설치현황은 아직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원택의원은 "현재 육전공급 시범사업이 당초목표의 4.6% 진행률인데도, 해수부는 협약 당사자들과 대책회의 한번 없었다"면서 "해수부가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업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수요예측도 못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8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은 "육전을 선박에 공급하면 분진의 100%를 제거할 수 있다"면서 "주요 항만을 대상으로 육전시설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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