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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등록 아이야"...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위해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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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등록 아이야"...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위해 뭘 했나?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 우리 안의 그들의 이야기] 13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채 미래조차 꿈꿀 수 없는 아이들. 바로 이 땅을 살아가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부모의 체류자격으로 인해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와 필요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자아정체성 확립과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소년기에는 각종 공식 영역에 등록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참여와 소속감에서 소외, 배제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국내법 체계 안에 미등록 이주아동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2012년 17세 몽골학생 강제추방 대책활동으로부터 시작된 이주인권단체, 공익법단체 활동가들의 모임인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향상을 위한 네트워크'에서는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아동이익 최우선’의 관점에 입각한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권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는 미등록 상태 혹은 체류가 불안정하여 체류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아동, 청소년과 부모를 면접조사하여 체류상태가 이들 개인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해외 법제도를 통해 체류권 보장을 위한 제도, 정책적 대안을 제안하였다.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 우리 안의 그들의 이야기’는, 실태조사에서 이들이 연구자들에게 직접 들려준 경험과 생각의 일부라도 한국 사회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들 아동청소년들을 그저 이렇게 놓아만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인식하고 그 해법을 함께 찾자고 제안하기 위하여 정리, 집필한 것이다. 현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한 해법에 도움이 되고자 해외정책도 포함하였다.

무엇보다 미등록 이주아동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단지 보고서의 기록이 아닌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지고 느껴질 때 우리 모두 그 해법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동청소년들의 현황과 실태, 10명의 아동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 보내는 육성, 외국의 정책 사례, 한국사회의 해법 등으로 나눠 총 14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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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의 체류와 관련하여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불안정한 상태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의 교육, 생활 등 유관전문가들이 어떤 것을 문제라고 보고 있으며,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 답변을 간략히 핵심만 소개한다. (*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주아동 지원 단체의 활동가, 이주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공익 변호사, 학교, 교육청 등 공공기관 종사자 및 이민정책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 이주현상과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1. 한국사회에 미등록 아동청소년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하여, 각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그 답변을 제시하였다.

국가의 이민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체류자격의 취득이라는 관점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을 크게 해외에서 출생하여 부모를 따라서 한국에 중도입국한 후 체류자격이 만료된 경우와, 국내에서 출생하였고 이후 체류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거나 가지고 있던 체류자격이 만료된 경우로 분류하였다. 또한 아동의 미등록은 부모의 체류자격 만료와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였다.

다문화가정 아동 대상 상담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는 다문화가정(한국국적자와 외국국적자 및 귀화자로 구성된 가정)의 아동과 비교하여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배제적 태도가 근본 문제임을 지적하였다. 성인 중심의 체류제도가 운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미성년자의 인권을 위한 제도가 너무 없고, 알려진 케이스도 적어서 그동안 사회에서 간과하였던 문제라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우리 사회 내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반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인격체라는 인식 대신 ‘한국이냐 외국이냐’라는 국적의 문제로만 받아들여지며, 부모의 문제를 자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하였다.

2. 한국사회에서 이주아동청소년이 미등록 상태가 되었을 때, 그 상황이 이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이 미등록 상태임을 인지하는 순간 전후의 변화에 대하여 아동을 직접 만나서 상담하고 문제 해결에 조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에게 질문하였다.

이주민을 위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가장 먼저 범죄 피해에 노출되었을 때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였다. 경찰에게 범죄 피해를 알리기에 앞서서, 자신의 미등록인 상태가 노출되면 자신과 그 가족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피해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경우에도 적절한 방어권 행사 등 보호를 받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2012년 친구들 간의 싸움을 말리다가 경찰에 의해 미등록 사실이 발견되어 강제출국된 청소년의 사례를 보았을 때, 정책적으로는 미등록인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공공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단체 활동가는 (이미 연재된 아이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생활상의 고충을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교육, 의료, 경제활동 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요소에서도 모두 배제된다. 자신이 미등록 상태임을 인지한 아이들은 신체적 활동 및 정신적 자유로움이 위축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없어 우울감을 얻기도 쉽다. 사회적 네트워크도 제한된다. 미래 설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어 학습 의욕도 떨어지고, 부모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대한 수용도 역시 저하된다. 나를 보호해 줄 나라라고 생각했다가 그렇지 않다고 인지하는 순간 배신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3.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반대한다면 그 이유와 찬성한다면 어떤 구체적 방안이 있을지 유관기관 공무원, 공익 단체 변호사 등에게 질문하였다.

이주아동이 많이 입학하는 공립학교의 지역사회전문가는 학교 현장의 현실 속에서 체류자격 없는 아동과 학교가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체류자격 부여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학교는 아동이 출석을 하지 않으면 행방을 찾기 위해 경찰, 출입국사무소 등에 연락을 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이 때 미등록 상태인 아동은 주소지 등록도 되어있지 않고, 주소지 변경 등록도 할 수 없어 이사를 간 후 학교에 알리지 않으면 찾을 방도가 없다. 아이를 찾을 때까지 담임 교사는 수업도 하지 못하고 연락을 돌리며, 상부에서는 아이를 찾는 것이 학교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말하였다. 체류자격을 합법화하고 외국인 등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나 실종을 조기에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만 전적인 책임을 부과하면 학교는 이를 적절히 해결할 수도 없고, 미등록 이주아동의 입학을 꺼리게 된다. 교육기관을 위해서라도, 아동이 안전하게 관리받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변하였다.

이주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미등록 체류기간이 짧은 경우 이를 용서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간 거주한 경우 지역 내 사회화가 더 잘 이루어졌다고 보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체류자격의 부여에 관해서는 한차례 심사 후 영주 자격을 바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심사하면서 장기체류의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였다. 처음에는 단기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는지, 소득은 일정 이상 되는지 등 요건을 충족시키면 체류자격을 연장하여 주는 방식으로 시민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영주자격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아동의 체류는 부모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제도는 양육하는 부모 등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 난민 가정의 사례를 관리하는 사회복지사는 국가별로 그 사정에 맞는 체류 합법화 혹은 복지 정책을 가지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 편입시키기도 하고, 영국에서는 아동에 대해 부모와 무관하게 장기간 체류한 경우 국적취득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역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입국으로서, 합법적 체류가 아동의 성장 및 발달과 기본권의 향유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인권 보장의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단순히 체류자격 부여를 넘어서서,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통해 출생의 현황을 파악하고, 공교육 이수를 필수적으로 하도록 함으로써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및 생존권, 문화생활을 할 권리 등을 보장하도록 하며, 국내아동의 학대, 방임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 이주아동 역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 사회 내 아동권리 전반에 대한 논의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한편, 이주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국내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이 바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법을 지키는 자에게는 혜택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면, 불법체류자에게는 그에 따른 불이익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의 경우 불법체류의 책임이 면제되지만, 자진 출국을 한 후 비자를 받아 재입국을 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하였다. 출입국관리법상 불법체류로 강제출국 당한 경우 입국이 다년간 제한되는데, 그러한 제한을 부과하지 않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난 회에서 본 것과 같이, 한국 외의 여러 나라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찌감치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한국 역시 국내 사정과 체류 제도의 특성, 그리고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황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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