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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만행의 재발 방지를 위한 마중물이 종전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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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만행의 재발 방지를 위한 마중물이 종전선언이다

[박병일의 Flash Talk]

약 한 달 여전(前), 서해 최북단에서 활동하는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동 공무원은 지난 9월 21일 소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실종되었는데, 배에 신발을 벗어두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사라진 점, 해류의 방향을 고려할 때 의지가 있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지점(실종 지점에서 38km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의 북한 측 해역)에 있었다는 점, 북측에 의해 발견 후 월북 의사를 명확히 진술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급여도 가압류되는 등 거액의 채무가 있어 경제적 곤란을 겪었던 것이 월북의 배경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이후 안타깝게도 그는 원거리에서 북한군의 총격(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접경지역 방역 지침에 따라 총격이 가해졌을 것으로 판단)을 받고 숨졌다. 한편 표류가 되었든, 월북이 되었든,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에게 총격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한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을 통해 "21일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살되었다는 사실이 23일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라는 대통령의 UN 연설 이후에 알려졌다는 점은 석연찮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UN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민이 피격된 상황을 파악하고도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자고 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일 뿐만 아니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고를 받고도 평화 이야기를 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힐난하였고, 국민의힘 소속 여러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가요?',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우리 국민이 죽었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청와대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1인 시위를 하였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일어난 도끼만행 사건을 비롯하여 그간 북한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도발을 저질러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굳이 19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최근 10여 년만 살펴보더라도, 2008년 7월 11일 북한으로 금강산 관광을 간 한 민간인이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인민군 해안초소 초병이 등 뒤에서 발사한 총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0년 3월 26일에는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를 맞고 격침된 바 있으며,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다.

불과 8개월 뒤인 11월 23일에는 북한군이 대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가하여 해병대원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심지어 민간인 사망자 2명, 민간인 중경상 3명의 인명 피해와 많은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국회에서 북한에 대한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강하게 비난해 왔지만, 그래서 결국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물론 북한이 행한 만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우리의 분노와 규탄이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종전선언을 했으면 이번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는 안민석 의원의 발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휴전상태에 있는 남과 북의 관계는 전쟁을 일시적으로 잠시 쉬고 있을 뿐 언제라도 개전(開戰)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잠정적인 합의(temporary arrangements)에 불과한 휴전 체제 속에서 적대국 국민의 불법 월경행위에 대한 처분의 결정권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북한에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한국전 이해당사국(즉, 남북한 및 미국)이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함에 합의하고 영구적으로 전쟁의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을 추구하는 것이 이 같은 북한에 의한 만행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우리 국민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 천문학적인 국방비 지출, 안보 불안에 기인한 해외기업의 대(對)한국 투자기피, 위험지역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을 일거에 해소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악조건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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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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