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인해 거주지를 옮기는 등 힘든 상황에 처했다고도 전했다.
15일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지난 7월 8일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를 고소한지 100일째 만이다. 공동행동에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288개 여성·시민단체가 참여했다.
공동행동은 출범 선언문에서 "성폭력을 묵인하고 지속시키는 성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100일, 너무나도 길고 괴로웠던 시간"
출범 선언식에서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입장문을 통해 "실체적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입장문은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대독했다.
피해자는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법적 절차들의 상실과 그로 인한 진상규명의 어려움, 갈수록 잔인해지는 2차 피해의 환경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을 느끼며 절망하다가도 저를 위해 모아 주시는 마음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신상 불안도 호소했다. 피해자는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다"며 "거주지를 옮겨도 2차 가해가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롭다"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평범했던 일상과 안전, 심신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 꿈꾸는 미래 등 당연한 것 같았지만 제 손에서 멀어진 많은 것을 바라보며 허망함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분들께서 함께 모여 저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시고, 나아가 저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워주시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머물러 있지 않다는 희망을 느꼈다"며 "아직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책임과 권한 있는 인사들이 이제라도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대한 울림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서로 반대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정, 정의, 평화, 인권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피해자 향한 연대 메시지...안희정 피해자 김지은 씨, "기시감 든다"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했던 김지은 씨도 위로와 연대 메시지를 전해왔다. 김 씨의 메시지는 장주리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연구원이 대독했다.
김 씨는 "사건을 고발하고 세 번째 맞는 가을이지만 법원의 명확한 판단을 받았음에도 평범한 일상은 아직도 저 멀리 있다. 지엄한 법 앞에 유죄 판결을 받아도 억울하다 주장하며 속죄 없이 피해자를 다시 고통 속에 가두는 일이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며 "법의 테두리에서 인정받은 사람도 이같은 상황에 있는데 공정한 수사조차 못 받는 분들의 억울함은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박원순 사건 피해자 분께서 겪고 계시는 현실을 보며 지난 시간을 반복해 보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며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굳건한 연대와 변함없는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2차 가해 대응 △지방자치단체 권력 견제 및 성평등 민주주의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활동목표로 내세웠다.
이하 피해자 입장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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