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도중 퇴원을 감행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독감보다 코로나19가 덜 치명적"이라는 주장을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독감철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많은 사람이, 때로는 10만 명 이상이 백신이 있어도 독감으로 사망한다"며 "나라를 폐쇄할 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이것(독감)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마찬가지로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는 대부분 인구에 훨씬 덜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아직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으며, 6일 현재 미국에서만 코로나19로 21만 명 이상이 숨졌다.
트위터는 트럼프가 올린 이 글에 "이 트윗은 코로나19와 관련,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 트위터 정책을 위반했다"는 경고문을 붙여 보이지 않도록 가렸다. 페이스북은 트럼프가 같은 내용으로 올린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마음 급한 트럼프, 2차 TV토론 때문에 조기 퇴원...바이든과 지지율 격차는 16%p로 벌어져
트럼프는 지난 5일 코로나19 증상으로 입원한지 만3일 만에 퇴원을 강행했다. 그가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모자라,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덜 치명적"이라는 거짓말까지 하고 나선 것은 11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당장 급한 일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석하는 일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서 "나는 매우 기분이 좋다"며 "15일 TV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굉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도 전날 2차 TV토론과 관련해 자신도 기꺼이 응할 것이라면서 다만 "의료진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트럼프는 현재 화상 토론회가 아니라 대면 토론회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토론회를 주최하는 대선토론위원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 토론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증세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대선 전에 어떤 형태로든 추가로 TV토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입장에서 TV토론은 2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첫째,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에게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한다. 6일 CNN 여론조사 결과, 전국 지지율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16%p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1차 TV토론과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관련된 여론이 반영된 이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57%, 트럼프는 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 공동조사, 1∼4일 미 전역 성인 1205명 대상).
둘째, 정상적인 선거 결과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선거 불복 가능성을 밝혀왔던 트럼프 입장에서 TV토론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결집을 호소할 수 있는 자리다.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가 극우집단인 '프라우드 보이즈'를 거론하며 "물러서서 준비하고 있으라"(stand back and stand by)라고 말한 것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의 '코로나 극복 쇼'...백악관 직원들 안전은 안중에도 없어
트럼프의 이런 언행은 자신이 마치 확진 받은 지 3일 만에 코로나19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5일 <더 힐>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기념품점은 '트럼프, 코로나19를 무찌르다'(Trump Defeats COVID)라는 기념 주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백악관은 이 기념품점이 2010년 민영화 됐기 때문에 백악관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가 지난 5일 퇴원 이후 계속 이런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의 이런 막무가내식 ‘코로나 극복 쇼’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의 퇴원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지금도 고위 참모진들 사이에서 새로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와 참모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분개했다고 보도했다.
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에 들어간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에 이어 6일 스티븐 밀러 수석 보좌관도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백악관과 공화당 내 코로나 19 확진자는 트럼프 포함 23명으로 늘어났다.
다라 카스 콜롬비아대학교 의학센터 교수는 6일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코로나19가 완치되지도 않았는데 백악관으로 되돌아간 것에 대해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직원들과 그 가족의 안전과 생명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보건 당국의 지침을 엄격하게 따르자면 백악관을 폐쇄(lockdown)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로 최근 양성 판정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마이클 시어 기자는 5일 CNN과 인터뷰에서 "양성 판정 이후 백악관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며 백악관이 확진자 발생 이후 기본적인 추적 조사조차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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