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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작가“광부들의 모습을 역사라는 앵글에 담는 것은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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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작가“광부들의 모습을 역사라는 앵글에 담는 것은 행운”

“경동 동료들에게 사진집을 바치겠다”

전제훈(55) 사진작가는 “산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운명이자 행운”이라고 말했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 ㈜경동 상덕광업소에 근무하면서 광부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고 있는 전제훈(55) 작가는 국내 유일의 광부 사진작가다.

▲전제훈 광부 사진작가가 지난 2일 태백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자신의 사진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전제훈 사진전-광부2(프로메테웃의 후예들)출판기념 및 사진전을 열었다.

전 작가는 “탄광촌 태백에서 석탄산업 성역화를 추진하는 시기에 광부 사진전을 개최하게 되어 의미가 각별하다”며 “광부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이번 사진전 부제를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광부 사진작가를 만났다.

-이번 사진전 부제를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로 정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감춰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면서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행운을 준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본인은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았지만 이후 인간은 불로 인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석탄산업이 산업화 시절 국가경제발전에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끝나자 탄광촌은 폐광촌으로 전락했고 탄광과 광부들의 가치와 의미도 퇴색해 가고 있다.

과거 '국민연료'로 사랑받았던 연탄을 도시나 농촌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경동과 석탄공사 등 마지막 남은 4개의 탄광은 이제 10년 안팎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다. 광부 제목은 너무 단순한 것 같아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부제를 그렇게 정한 것이다.”

-탄광 소장이 전 작가에게 탄광의 현장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광부 사진집을 보신 이재묵 소장께서 탄광이 문을 닫기 전에 모든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이어 미팅도 가졌다. 그래서 동료들의 갱내 입갱부터 채탄현장을 비롯한 각종 작업장과 갱내와 갱외부의 현장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동료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성원이 있어 가능하다. 경동저탄장과 동료들이 일을 마치고 퇴갱하는 모습까지 모든 일상이 기록으로 남겨질 예정이다.”

-그럼 이번 경동탄광의 기록사진집은 언제 발간되나.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이번 기록사진 작업은 내년 1월까지 촬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편집과 수정 및 인쇄작업 등을 거쳐 내년 5월 1일 노동절에 출간될 목표를 세웠다. 탄광에서의 입갱부터 퇴갱까지 모든 작업현장에 대한 사진집은 경동탄광이 유일무이한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때문에 책임감이 더 무겁고 셔터를 더욱 신중하게 누르게 되는 것 같다.”

-사진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삼척공업전문대학 자원공학과를 1983년 2월 졸업한 뒤 곧장 함태탄광에 입사해 2년 뒤인 1985년부터 사진을 시작했다. 당시는 취미로 하다가 10년 뒤 태백 한밝사진 동우회에 회원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사진수업을 받았다. 당시 이석필, 최동규 작가 등 쟁쟁한 사진작가 선배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작가로 나선 계기로 생각한다.”

-본격적인 사진작가로 나선 시기는.

“지난 2016년 태백산 천제단 등 태백산의 밤풍경을 담은 은하수 사진전을 시작으로 이듬해 동강국제사진전에는 광부사진으로 본격 데뷔했다. 이후 강원국제비엔날레 및 동강 국제사진전(2018년), 강원국제예술제 특별전에 ‘검은 영웅들’(2019년)제목으로 참여했다. 개인전은 2019년 ‘광부 검은 영웅들’, 올해 광부사진집 ‘광부2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출간과 개인전을 열었다.”

-광부사진 촬영에 동료들의 도움과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가.

“절대적이다. 오랜 시간 함께 위험한 지하 채탄막장에서 몸과 마음을 부딪치며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들의 이해와 협조가 없었으면 광부사진은 불가능했다. 땀방울과 탄가루가 범벅된 작업복과 시커먼 얼굴이 앵글에 담겨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고 거부감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탄광의 현장 모습을 영구히 보존하고 과거 탄광 광부들의 갱내 생활과 역사를 기록으로 보존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면서 촬영이 가능했다. 이번 사진전에는 현장 동료 29명을 포함해 총 35명의 동료들이 기꺼이 모델로 동참했다.”

-생생한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촬영하는지 궁금하다.

“나 자신 화약관리자로 빈틈없이 본연의 임무를 마친 이후 채탄현장 등을 찾아서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촬영하고 있다. 반드시 사전에 동의를 받는 것은 물론 안전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지 않는 순간을 포착해 앵글을 맞춘다. 채탄현장은 해저 300m 이하 수준이라서 지열과 습도가 높아 카메라에 늘 김이 서린다. 그래서 지상보다 촬영이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동료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만족할 수준의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광부사진작가로 애환과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 모든 전시회는 개인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 이번 사진집 발간에 노조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다. 이번 사진전시회는 모델의 주인공인 경동탄광 동료들과 그 부인, 자녀, 심지어 부모들도 찾아와 사진을 통해 탄광막장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다 많은 분들이 관람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아쉬웠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작업이지만 역사적 가치로 남길 작품을 촬영한다는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다시 한 번 동료들과 회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전재훈 작가의 탄 캐는 광부. ⓒ프레시안

-태백에서 석탄산업 성역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태백과 도계는 석탄산업의 성지나 마찬가지다. 특히 태백에서 석탄산업 성역화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석탄산업의 역할과 위상이 소멸되는 상황에서 과거 산업전사와 광부 및 탄광촌에 대한 위상을 높이고 재조명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탄광이 앞으로도 수십 년 이상 존속되었으면 하는데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니 많이 아쉽다. 앞으로 10년 내 탄광이 문을 닫는다면 지금의 탄광 기록사진들이 역사에 중요한 자료로 남을 수 있도록 더욱 정성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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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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