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자가 시험일을 결정하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국시)의 응시 구조가 의대생에 대한 특혜일 뿐 아니라 문제 유출 등 조직적 부정행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시는 두 달 동안 날마다 72~108명이 1일 3회씩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000명이 넘는 응시인원이 한 번에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확인해 5일 밝힌 바에 따르면, 국시를 치르는 의대생은 각 의과대학이 정해 알린 날짜 중 시험일을 선택해 응시한다. 의과대학은 의대생의 의견을 받아 날짜별로 어떤 학생이 시험을 치를지 정한다.
이렇게 하면 평소 성적이 우수했던 의대생이 이른바 '선발대'가 되어 먼저 시험을 치른 뒤 문제를 복원해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의대생에게 유출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지난 2010년에는 국시에 나온 모의 환자 증상과 감점 항목 등이 의대 본과 4학년생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일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문제 유출에 연루된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 약식기소, 기소유예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국시 자체에 부정행위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시 문제가 미리 정해진 86개 문항 중 12개 문항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제출되고, 이 조합이 매일 바뀌는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기력은 연습만으로 나아질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선발대'의 시험 문제 공유가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지속적인 논란거리다.
게다가 강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시원은 시험에 미치는 영향과는 별개로 문제 유출 자체를 문제로 본다. 국시원은 국시 응시생에게 보내는 안내 문자에 "실기시험 문항을 복원 또는 유출할 경우 민형사상 조치 및 당해시험 무효, 응시자격 제한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고, 시험 당일 '시험문항 등에 관한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는다. 또, 실기시험 진행 기간에는 문항 복원이 이뤄지는 사이트 및 SNS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발대 편성을 통한 조직적 문제 유출이 가능한데다 특혜 시비까지 있는 현재의 국시 구조를 유지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의원은 "어떤 시험도 응시자들이 시험볼 날짜와 순서를 다 정하게 해주지 않는다"며 "의사 국시가 이렇게 치러지는 것은 의대생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시원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일괄접수 후 랜덤배정을 통해 응시자의 시험일을 결정하는 등 절차를 개선해 연례적으로 반복된 집단 문제유출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강 의원은 2018년 실기시험 지각자가 결시처리됐다 응시자와 응시자가 다닌는 의과대학의 소명으로 재응시를 가능하게 한 사례도 발표했다. 국시원은 당시 응시자가 이용한 택시가 비정상적인 경로로 운행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국가 면허 시험에 택시의 비정상적 운행을 들어 지각자를 구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의사 국시 절차와 시험관리 전반에 철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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