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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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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라(?)

필자는 오랜(?) 세월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사람들을 지도해 왔다. 주로 한국어 문화문법을 중심으로 지도하는 방법을 가르쳐왔는데, 요즘은 한자어와 한국어의 유래를 중심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말을 외국인에게 가르칠 때 어려운 것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존댓말이 어렵고, 조사와 어미를 지도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것들이 외국인에게는 낯선 문법이기 때문이다. 밥이라는 단어를 놓고도 ‘식사’, ‘진지’, ‘수라’, ‘메’ 그리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밥’이라는 단어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죽다’라는 말은 완곡어법이 발달하여 무지하게 많다. ‘돌아가다’, ‘졸하다’, ‘붕어하다’, ‘선종하다’, ‘소천하다’ 등등을 비롯해서, ‘골로 가다’와 같은 속어까지 합하면 스무 가지가 넘는다. 그러니 외국인들이 배우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짐작할 만하다. 조사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겐 어렵다. 우리가 흔히 예로 드는 것이 “얼굴은 예쁘다.”, “얼굴이 예쁘다.”, “얼굴도 예쁘다.”, “얼굴만 예쁘다.” 등인데 외국인들이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것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부사격 조사다. 이것은 한국인들도 어려워 한다. 주격조사를 비롯해서, 목적격조사, 서술격조사 등은 그래도 쉽게 이해를 하는데 부사격조사는 종류도 많고 헷갈리기 십상이다. 이쯤 오면 독자들도 벌써 정신이 없어질 때가 됐다.

한국인도 어려운 부사격조사 중에서 오늘은 요즘 신문지상에서 자주 오르내리면서 많이 틀리고 있는 ‘~~에’와 ‘~~에게’의 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위에 나와 있는 칼럼의 제목은 많이 본 문장일 것이다. 요즘 논쟁거리로 한창 뜨고 있는 글이다. 윗글을 보고 이상하게 느꼈다면 문법을 알고 있는 독자에 들고, 전혀 이상한 것이 없었다면 평범한 한국인의 대열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왜 그런고 하면 위의 문장은 부사격조사를 잘못 사용한 예이기 때문이다. 문법용어로 유정명사와 무정명사라는 것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 어느 직원이 “총장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라고 했다가 필자의 지적으로 지금은 “총장님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로 바꾼 경우가 있다. ‘말씀’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높여서는 안 되는 단어다. 이런 것들을 ‘무정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유정물이기 때문에 “네 어머니 집에 계시니?”라고 물을 수 있지만 “성경에 이런 말씀이 계십니다.”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부사격조사를 인식한다면 위의 단어(~에, ~에게)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에 : 무정명사(식물이나 무생물처럼 감정이 없는 명사)에 사용하는 부사격조사

~~에게 : 유정명사(사람이나 동물 등 감정의 움직임이 있는 명사)에 사용하는 부사격조사

이다. 그러므로 위의 문장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라.”

라고 써야 한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 보자. “닭에 사료를 주어라.”와 “일본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라.”는 문장을 보자. 이 두 문장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둘 다 맞는 것 같은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둘 다 틀린 문장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닭은 유정물이기 때문에 “닭에게 사료를 주어라.”라고 해야 하며, 일본은 나라이름이지 유정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문장은 “일본에 공개사과를 요구하라.”라고 해야 한다. 유정명사와 무정명사에 사용하는 부사격조사가 다르므로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물론 때에 따라서 무정명사가 유정명사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회장’이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쓸 때도 있고, ‘직책’을 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나는 회장에게 내 의견을 개진하는 편지를 보냈다.”와 같이 쓸 수 있고, “그는 회장에 취임했다.”와 같이 쓸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에’와 ‘~~에게’를 적절히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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