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 평가 결과에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에서 1순위가 된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해군 간부 등 20여 명이 과거 KDDX 개발사업 관련 자료(대우조선해양이 방사청에 납품한 한국형 이지스함 개념설계도 불법촬영 등)를 유출한 혐의에 연루돼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번 설계에 유촐된 개념설계도가 기본 설계에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과 이 사건이 방사청과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합작품이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5월 29일 해군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전투함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국내 선박 건조 기술 및 무기개발 기술을 집대성하는 독자적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 기본설계 업체 모집에 나섰다.
방사청은 관련법령과 규정에 따라 사업설명회, 제안서 평가, 협상 등의 과정을 거쳐 연내 업체를 선정하고 KDDX 기본설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안서 평가에서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달 KDDX 기본설계 평가결과에서 현대중공업에 0.056점 차이로 뒤져 후순위가 되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에 행정 가처분 신청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공기업에 대한 뇌물공여로 부정당 업자 제제 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따른 감점이 반영되지 않았고 미 보유 장비 및 시설 관련 대책 항목의 점수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사함정 설계와 건조 실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앞서는데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기본설계 사업 논란과 관련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인 거제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거제시의회에서는 거제시의 대처를 촉구하는 시정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거제시의회 전기풍 의원은 “차기 구축함은 1척당 1조 원이 넘는 약 7조8000억 원 규모의 방위사업청의 대규모 발주 사업인데 방사청이 현대와 대우를 놓고 평가한 것을 보면 너무 이상하다.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대우조선이 수주하게 된다면 회사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관련 내용을 듣고 석연치 않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바로 당일, 방위사업청장, 산자부장관, 청와대,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관련내용을 전달하고 이의재기와 함께 공정한 재평가를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답하는 등 조선 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거제시도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방사청에서는 재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는 사실상 첫 번째 시제함 건조를 따내는 수주와 직결된다.
차기 구축함의 아웃트라인을 잡는 개념설계도를 방사청에 납품하고도 보안을 유지해야 할 방사청에서 설계도가 유촐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은 대우조선으로서는 또다시 기본설계 업체 선정과정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밀려나자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방사청은 2023년 후반기 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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