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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과 제주의 미래, 누가 결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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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과 제주의 미래, 누가 결정하나?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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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제주가 좋아 자주 찾고 있다. 이전에는 성산 일출봉 등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제주를 점점이 알았다면, 제주를 가면 갈수록 그것이 선으로 연결되며 제주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느낌이 생기고 있다.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월정리의 옥빛 바다색이 좋아서, 혹은 제주의 시원한 갈칫국, 외로이 서 있는 외돌개, 효돈천의 숨어 있는 계곡, 바다 아래의 산호들. 해녀 할머니들의 바닷속 이야기, 석양의 빛이 좋아서, 슬픈 역사에 미안해서, 이중섭의 피난 시절의 그림이 좋아서 등등. 제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그것을 우리에게 조금씩 드러내 준다. 제주에 갈 때마다, 제주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이야기들이 나에게 말을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것 같다.

▲ 제주 효돈천. ⓒ주윤정

처음 제주의 향토음식들을 먹었을 때 맛을 잘 몰랐다. 제주에 인연이 차차 생기며 제주의 선생님들이 안내해준 식당에 가면서 제주의 맛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갈치로 국을 끓이면 비리지 않을까 낯설었다. 그런데 각재기국, 갈칫국 맛을 보다 보니,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깔끔하면서도 딱 있을 것만 있는, 과하지도 않고 부족함도 없는 그 간결한 맛에 반했다.

한번은 택시 기사 아저씨와 제주의 맛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 말씀으로는 제주는 먹을 게 부족한 가난한 땅이었기에 고추장 등 양념도 부족해서, 가진 재료로 최대한 맛을 내는 방식으로 음식이 발달한 것 같다 하셨다.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선의 효용을 내야 살 수 있는 곳에서만 가능한,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품위 있는 가난의 맛인 셈이다. 제주의 궁핍한 삶은 이런 간결한 음식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가족들이 효돈천 마을 트래킹에 참여했다. 감귤밭 너머에 엄청난 계곡이 숨겨져 있었다. 효돈천은 쇠소깍의 상류 지역인데, 한라산에서 쏟아진 마그마가 바다로 질주하며 남긴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례리 마을 주민들이 이것을 일종의 마을 중심 생태관광을 개발하여 관광객들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서 나고 자라서 어려서부터 익숙한 동네를 마을해설사들이 관광객들에게 본인들의 추억, 마을의 내력을 곁들여 로컬 지식을 전달하는 트래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침 한라산에서 비가 쿠르릉 쏟아져서, 트래킹을 오래 할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 코스에서 마신 마을 주민들이 담근 과실 음료는 제주에서 마신 것 중 제일 맛난 음료였다.

▲ 가시수지맨드라미산호. ⓒ최혜영

지난여름에 아이는 범섬 앞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체험을 했다. 바닷속에 들어가 산호를 보고 온 아이는 세상의 비경을 보고 온 사람처럼 흥분하고 바다가 포근하다고 했다. 바다 안의 빛과 산호초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아이와 바다 속 풍경을 이야기하다 보니, 옛사람들이 용궁이라 그린 그런 비경은 사람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바다 저 아래 산호와 물고기나 넘쳐나는 곳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소녀는 또 제주의 바다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보물을 숨겨둔 사람처럼 설레고 있다.

차량으로 관광지들을 미션을 수행하듯이 점점이 찍고 다니다가, 이렇게 제주 도민들의 삶이 스며들어 있는 공간을 이리저리 천천히 다니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또 있었다. 평화로 주변의 짓다만 빌라들, 중산간 지역에 있는 공사 중단된 대규모 건물단지들, 온갖 곳이 공사판이었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적정 수준의 개발은 필요하지만 그 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개발의 이익은 현재 제주 사람들과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충분히 돌아가는지, 사람들은 개발에 대해 동의하는지 궁금해졌다.

한번은 제주 도의회에서 개최하는 제주의 미래에 대한 토론회에서 지역 언론인 한 분이 제주는 섬이기에, 섬은 군사기지와 관광이 숙명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송악산에 카지노 개발도 필요하고 군사기지와 연동하여 적극적으로 개발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사랑하는 제주, 그리고 내가 잠시 머물며 만나는 제주 분들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제주 도민분들 중에는 제주의 난개발에 대해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 난개발로 물 문제가 생기고 쓰레기 문제, 생태수용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걱정하셨다. 뭔가 제주에는 n개의 제주가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강한 개발 패러다임을 강조하는 지역의 특정 집단들, 그리고 소박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도민들,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좋아 제주를 찾는 우리 가족과 같은 사람들, 각각 조금씩 제주에 대한 이미지와 비전이 어긋나 있었다.

이런 어긋남 속에서 제주 제 2공항이 추진되고 있다. 물론 일로 혹은 휴가로 제주 공항을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공항의 혼잡과 연착으로 상당히 불편하기도 하고, 마냥 기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주에 내가 편하게 지내려 온 것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제주의 자연에서 마음껏 숨쉬기 위해 왔는데 이 정도도 감수 못하나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가치 있는 경험을 위해서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앞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제주의 관광은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다수의 관광객들이 점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제주를 만나는 방식으로 선과 면으로 이어지는 방식, 제주의 비경과 보물을 좀 더 느리고 천천히 경험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제주의 자연과 발전이 공존하며, 도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는 개발을 원한다. 그리고 현재의 자연을 미래세대들도 앞으로 수십 년간 수백 년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하지, 기성세대의 탐욕으로 자연이 더 이상 거덜 나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다. 이대로의 개발 광풍이 유지된다면, 가뜩이나 기지건설로 확 줄어버린 연산호 군락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며, 가난하면서도 품위 있게 자연과 공존해온 제주의 맛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생태 위기와 기후변화는 지구가 인간만이 거주하는 독점적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2공항에 대한 최종 결정에는 제주의 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소외되면 안 되는 만큼,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와 이야기들의 목소리 역시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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