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1세기 역병 시대의 시작으로 기록될 지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어느덧 일 년 가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사태가 현실화했고, 어느새 세계가 이를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점이 문을 닫고, 정부를 믿지 못하는 시민이 길거리로 나오고, 마스크를 쓴 경찰이 이들을 진압하는 모습이 사태 초반 세계에서 목도됐다. 바이러스에 맞서는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으나, 아직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이 와중에 특히 세계를 어렵게 만드는 건 떠도는 유언비어, 그로 인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시민과 정부 간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다. 가짜뉴스에 정부 당국이 골머리를 앓는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각국에서 같은 사태가 크기와 외양을 달리한 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질문이 며칠 째 이어지고, 정부는 똑같은 대답을 하는 일이 수개월 간 지속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의 신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도 갉아먹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한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이 사태에 잘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내외적으로 받았다. 잡음이 있었고, 그 중에는 무시하지 못할 인권 문제 등도 있었으나, 적극적인 정부의 방역과 시민의 협조가 최소한의 통제로 최악의 사태 도래를 막아왔다. 아직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이어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시민의 피로도가 커지면서 그 외줄이 더 얇아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적으로 뛰어났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를 되살펴야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다. 특히 점차 국민의 신뢰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코로나19 사태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과거로부터 코로나19에 관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걸러내고, 사회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역병 시대 대응책이 될 것이다.
'K-방역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의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안종주 지음, 동아엠앤비 펴냄)은 지난 시간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을 되돌아 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과 문제, 다시금 새겨야 할 한국 방역의 성과를 짚어보는 책이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핵심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가짜 정보에 휘둘리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사태는 바이러스와 사람 간 싸움이 아니라, 사회 신뢰를 저해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는 사람 간 대결이라고 단언한다.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되짚어 우리가 어떻게 바이러스에 대응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정리하고, 있는 그대로 바이러스를 지켜보는 냉철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역의 성과와 그늘도 저자는 짚는다.
아울러 앞으로 도래할 팬데믹 시대에 대비해 전문가가 아니라도, 현대인이라면 이제 누구나 알아야 할 감염병과 관련한 기초적 정보도 책은 제공한다. 누구나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을 가져야만 가짜 뉴스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절기가 마무리됨에 따라 코로나19가 새로운 유행 곡선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적으로 새 유행에 대비하는 잘 정리된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안전사회'를 연재하는 저자는 서울대 미생물학과와 같은 학교 보건대학원을 거쳐 <서울신문>과 <한겨레>에서 수십 년 간 보건복지 전문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시 안전명예시장 겸 안전자문단장으로서 방역 일선을 지켜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추천사를 썼다. 정 청장은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하고, 우리의 강점은 살리되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이 책은 코로나 대응의 중간 점검이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보 제공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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