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3개주(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에서 발생한 산불로 14일 오후 현재 3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실종 상태다. 이 지역에서 지난 8월 말부터 1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해 1만9830제곱킬로미터(490만 에이커, 남한 면적의 5분의 1)가 불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은 이날까지 24명이 사망하고, 1만3354제곱킬로미터(330만 에이커)를 불태웠다. 또 산불로 하늘은 오렌지색이 됐으며, 재가 비처럼 내리는 마치 지구 종말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노골적인 무관심..."난 과학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소방관과 긴급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전까지 이런 대형 재난에 대해 침묵해왔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주지사들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이런 무관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보였던 모습과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코로나19가 뉴욕, 뉴저지 등 민주당 지지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인공호흡기, 의료용 보호장구 등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주 정부가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었다.
트럼프가 서부 산불 이슈에 큰 관심을 표하지 않는 이유는 이 지역이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주)라는 것 이외에 하나가 더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산불 화재 현장을 방문해 "캘리포니아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미국 전역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라면서 "미국 국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면서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세웠고, 지난해 이를 실천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위한 협약이다.
트럼프는 12일 서부 산불에 대해 기후변화가 아니라 "산림 관리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4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몇년 동안 마른 낙엽들이 땅에 깔려 있으면 화재의 연료가 된다"며 민주당 주지사들의 산림 관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산불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뉴섬 주지사 등이 "과학"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가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트럼프는 날씨가 점점 시원해지기 시작하니 "그냥 지켜보라"면서 "나는 과학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트럼프에 대해 "기후 방화범"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델러웨어 자연사박물관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희생양이 아니라 리더십"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에서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재집권해서 기후 변화 대처를 방기할 경우 더 많은 지역이 산불과 홍수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은 서부의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적하고 있다.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이상 올라가고 강수량이 30% 이상 줄어들면서 지난 40년 동안 가을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도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지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