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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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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저는 평범한 제주도민입니다. 제주의 난개발을 걱정하고, 제주 노동자의 권리를 바로 잡아가고자 애쓰며 살아가는 제주도민입니다.

어제(9월 9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에서 쫓겨날지 모를 난산리 주민 김경배씨가 환경부를 향해 떠났습니다. 밤늦은 배에 혼자 몸을 싣고, 제주 제2공항을 막아보겠다고 고난의 십자가를 등에 지었습니다. 그의 세 번의 단식투쟁이 다시 네 번의 단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환경부 장관님! 제주 제2공항 반대가 55.9%입니다

2020년 1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실시한 제2공항 건설 관련 설문조사 결과(성인남녀 1,015명)에 따르면 제2공항 건설의 반대가 55.9%, 찬성이 41.4%였습니다. 제주 제2공항이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돌던 몇 년 전의 여론과는 판이한 상황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항 건설 소식만으로도 예정 부지 인근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제2공항 연계 도로랍시고 쭉쭉 뻗은 도로들이 제주 전역에 들어서고 있고, 물밀듯이 관광객이 들어와 관광 산업에 불이 붙을 듯했는데, 왜 2020년 제주도민들은 마뜩찮아 할까요?

개발의 특급열차에 올랐던 제주가 왜 이제 멈칫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걸까요?

왜 그럴까요?

▲김경배, 윤경미, 엄문희, 최성희. 네 명의 제주도민들은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을 진행했었다. 2019년 1월 ⓒ윤경미
도청앞천막촌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민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햇수로 3년째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윤경미
도청앞 천막촌사람들이 국토부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 ⓒ윤경미

제주가 각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를 더 이상 망치지 말자는 제주 도민들의 절절한 각성이 이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연간 20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들어만 온다면 제주는 잭팟이 터질 것이라던 제주 도정의 속삭임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것입니다. 하늘에 비행기가 한 해 29만 번 이상 날아다녀야 하는 제2공항 건설 계획은 너무나도 끔찍한 악몽임을 자각한 것입니다. 그동안 제주가 내어놓은 땅과 바다, 물과 공기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뒤늦은 후회입니다. 지가상승과 관광객 증가 등과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무엇을 우리가 이미 잃어버렸다는 것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제주에 연간 4500만 명의 관광객이 들어오면, 그때의 제주는 회생불가하다는 것을 이제 확연히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제주 도민은 이제 제주 제 2공항을 반대합니다.

여당과 국토부가 얼마 전 만났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 국회의원 오영훈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국토교통부와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을 종합하면 “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 검증과 도민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 제2공항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국토교통부가 밝혔다”입니다.

국토부가 결국은 기본계획 고시까지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제주도를 휘감고 있었고, 국회는 제2공항 관련 예산을 작년보다 117억원 많은 473억원을 편성했던 때에 나온 이야기라 저는 이 발언들을 온전히 믿을 수 없습니다. 국토부가 어떤 세력입니까? 토건마피아라고까지 불리는 한국 개발주의 관료집단의 가장 완고한 세력 아닙니까?

저는 제주 제2공항 원천백지화를 주장하며 제주 도청 앞에 174일간 천막농성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다 23일간 단식투쟁도 해봤습니다. 제 생명의 일부를 걸고, 토건마피아 관료 집단의 전횡을 폭로하였었지만, 국토부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뻔뻔스러웠습니다. 원희룡 도정은 한 술 더 떠 저에게 3건의 고소고발을 걸어왔습니다. 그 과정을 쭉 겪어왔기에 오영훈 의원과 국토부의 전향적 태도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린 말장난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말장난일지라도, 그 언어들 속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이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치가 도민의 반대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예전처럼 막무가내식 강행은 정치권에게도 일정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구를 함부로 소비한 탓에 맞게 된 코로나19라는 전 전지구적 위기 속에서 함부로 개발의 나팔을 불어대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강력한 결단과 행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환경부가 그 원래의 소임에 맞게 개발의 불도저를 막아내야 합니다.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이용 및 개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 환경부의 결단이 절실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환경부의 결단과 행동이 시급합니다

환경부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하기를 요청합니다. 국토부는 그간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하여 거짓과 부실로 일관해왔습니다. 국토부가 제출할 전략환경영향평가또한 그 내용의 문제점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지역환경용량, 생태용량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의 코로나19, 홍수, 태풍을 겪으며 세계시민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이 무엇인가 성찰케 되었습니다. 성장 일변도의 세계체제 속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속가능한 ‘개발’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만남이 각종 난개발 사업을 미화시켜온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이제는 브레이크를 걸고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 고민은 멈춤이며, 저성장이며, 복원입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제주를 절멸시킬지 모르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을 중단시켜주십시오. 국토부가 제출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하고, 제주의 환경수용력에 두 개의 공항은 불가하다고 말해주십시오.

환경을 지키려는 자들의 편에 선 국가행정기관, 환경부의 용단을 기대합니다.

제주의 미래를 결정지을 절박한 순간입니다. 우리 제주도민들은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제주 도민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윤경미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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