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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탈탄소화 핵심은 재생에너지다

[함께 사는 길] 2050 탄소 제로, 로드맵 마련하고 정책 충돌 줄여야…

최근 그린뉴딜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린뉴딜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동시에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시스템으로 변화시켜 에너지의 탈탄소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7월 14일 발표한 그린뉴딜에는 탈탄소보다는 경기침체 대응에 더 집중한 듯하다. 이러한 정부 계획을 다른 국가들의 탈탄소전략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까지 제출해야 할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의 목표를 현재 달성 경로 위에 두고 있는지 아니면 미래에 달성할 숙제로 남겨놓았는지 궁금하다.

국가 단위에서 작성하는 에너지 관련 계획들은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소경제로드맵,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등이 있다. 이러한 계획의 정합성이 담보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례를 들어 2040년 수소경제로드맵에서 제시한 수소 526만 톤을 생산하려면 대략적으로 280테라와트시(TWh) 정도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요하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시나리오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대치가 40%인데 대략 280TWh 정도로 예상된다. 이 수치는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재생에너지양과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란 수준이다.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의 대부분이 수소를 생산한다는 전략이 아니라면 이 두 계획에서의 재생에너지 방향은 크게 어긋나는 상황이다.

미래 에너지 로드맵 작성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에너지 생산, 유통, 소비 등 에너지 관련 기술은 그 수명주기가 길다.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 기기 즉 난방기기, 자동차 등의 수명도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긴 편이다. 에너지 생산과 유통에 사용되는 기술의 수명은 최소 20년에서 50년이기 때문에 투자 전에 미래에 대한 전망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준다면 수명이 긴 에너지 기술은 매몰비용이 커질 뿐 아니라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엉뚱한 기술 생태계가 정착될 경우 최적의 기술 진입을 방해하는 기술적 봉쇄(lock-in)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는 다른 부문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에너지 전 부문을 아우르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탈탄소화 전략은 전력 부문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들의 통합된 형태로 탈탄소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복잡한 역학관계가 발생한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몇몇 주는 대부분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 혹은 탄소제로를 목표로 세웠다. 이러한 야심 찬 목표와 더불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장기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로드맵의 내용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열과 수송 부문에서 탈탄소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이 로드맵 작성의 주체는 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계, 시민사회, 에너지산업계 등이 각자 나름의 시각을 반영하여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이 로드맵 시나리오의 목표와 내용이 상이하더라도 개별 시나리오 안에서의 통합된 부문별 에너지 공급과 수요의 완전성은 보장된다.

왜 통합적 에너지 시나리오가 필요한지 설명하기 위해 섹터커플링에 대해 알아본다.

전력망 균형의 해법, 섹터커플링

재생에너지의 장점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이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력생산이 햇빛과 바람이라는 날씨 자원의 시간에 종속되는 약점이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양도 조절할 수 없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특성은 전력망의 엄밀한 수급균형 제한요건을 만족시키기에는 까다로운 것들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출력제한(curtailment)이 일어나고 있다. 덴마크와 독일의 경우, 변동성 자원인 풍력과 태양광의 전력생산 비중이 각각 50%, 43%에 이른다. 전력소비보다 변동성 자원의 전력생산이 더 큰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 낮은 국내에서는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육지와의 연계망이 부족한 제주도의 경우에는 출력제한 현상이 벌써 일어나고 있다.(☞ 관련 뉴스 : <이투뉴스> 6월 29일 자 '재생에너지 전기, 제주도에 갇혔다')

이러한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섹터커플링(부문 간 연계) 전략이다. 섹터커플링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망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존의 전력망에서 균형의 역할은 대부분 전원 공급원의 몫이었다. 전력수요는 균형의 역할에서 제외되어 왔다. 이는 전력수요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었던 것과 짧은 시간대에서 변화하는 수급환경을 전력소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다.

미래의 전력망에서는 변동성 자원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전력망에서 균형의 역할을 도맡아서 해왔던 전력공급이 재생에너지 확대로 그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전력망의 유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출력제한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전력 균형의 역할의 책임을 공급에서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도 나눠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력수요는 가격에 대해서 비탄력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기존 전력수요로는 전력 균형의 책임을 나눌 수 있는 자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전력화를 통해 열, 수송 부문의 수요를 연계하고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사용한다면 수요 측면에서도 공급 측면에서 부족해진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력 부문 외 에너지 소비의 탈탄소화

현재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화석연료 전원을 재생에너지 전원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그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전력 부문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력 부문 외 열 부문과 수송 부문에서도 탈탄소화 전략이 절실하다. 열 부문과 수송 부문에서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 방식을 고수한다면 탈탄소화 전략의 대안은 현재의 화석연료와 사용방식이 흡사한 바이오에너지로 국한될 것이다.

하지만 열과 수송 부문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바이오에너지 잠재량이 충분히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열 부문과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 전략은 사용 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는 것 또는 그와 동시에 혹은 선제적으로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다. 또한 열 부문과 수송 부문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체를 공유함으로써 앞서 언급했던 전력망 수요 측면에서의 유연성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투자비가 높은 에너지 저장시설을 하나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사회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탈탄소 과정의 핵심 요인은 재생에너지 확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그린뉴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탄소 배출량이다. 탄 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재생에너지 확대 일정이다. 물론 섹터커플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외에 수요반응을 자동화하기 위한 디지털화(digitalizaion)와 전력을 열 부문과 수송 부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연계기술, 수소와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기술, 또한 전력망, 열네트워크, 가스 수송망 같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2050년까지 탈탄소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디지털화, 에너지 저장기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일정을 세워야 할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러한 기술의 도입 일정은 물리적인 시간에 종속되기보다는 재생에너지 확대 일정과 연동되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수소경제로드맵과 에너지기본계획의 정합성 문제는 바로 이 문제를 간과했을 때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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