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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트럼프', '네버 트럼프' 넘고 2020년 선거판 뒤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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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트럼프', '네버 트럼프' 넘고 2020년 선거판 뒤집을까?

[2020년 美 대선 읽기] 탄핵-코로나-인종차별에도 굳건한 트럼프 지지율, 그러나...

2019년 8월 27일, 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41.3%, 반대는 54.2%로 나타났다(선거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538) 조사 결과). 1년 뒤인 2020년 8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한 날, 트럼프에 대한 찬성은 42.2%, 반대는 54.3%로 조사됐다(같은 기관의 조사 결과).

그 1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은 다음과 같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하원에 의해 탄핵된 세 번째 대통령(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이 되었고 미국은 이란 군부의 핵심 인물인 카셈 솔레마니 장군을 암살했으며, 현재 19만 명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 실업률은 3.2%에서 10.2%로 증가했으며, 미국은 유럽연합, 중국, 브라질로부터 입국을 금지 당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대신해 2016년 대선에서 비열한 속임수를 쓴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인돼 감옥에 수감될 예정이었던 자신의 최측근인 로저 스톤을 사면했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경찰의 무릎에 9분 가까이 목이 졸려 사망해 전국적인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백악관 인근의 교회 앞마당에 가서 성경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주요 사건들에 대한 매우 성긴 목록이다. 2019년 9월부터 지난 1년은 미국 역사에서 매우 암울한 시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에 대한 여론조사 숫자만 놓고 보면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던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의 세계 1차 대전 사망자(11만6500여 명)보다 훨씬 더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지만, 정치적으로 변한 것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조지 W. 부시 재임시 지지율 진폭은 65%...트럼프는 15%

제니퍼 빅터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9월 2일(현지시간) <복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율의 안정성은 거의 믿을 수 없다"며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복스>는 전임 대통령과 트럼프의 지지율 변화 추이에 대해 비교했다. 갤럽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1981-1989)의 지지율은 재임 중 68%에서 35%로 추락했다. 조지 H.W. 부시(1989-1993)는 81%로 정점을 찍고 29%까지 떨어졌다. 빌 클린턴(1993-2001)은 최고 73%, 최저 37%를 기록했다. 조지 W. 부시(2001-2009)는 최고 90%까지 치솟았다가 25%까지 바닥을 쳤다. 버락 오바마(2009-2017)는 최고 67%에서 최저 40%까지 진폭을 보였다.

이에 비해 트럼프의 지난 4년간의 지지율 추이는 최고 49%, 최저 35%로 진폭이 15%포인트에 불과했다. 그의 지난 3년 8개월 재임 동안 정국이 결코 여느 대통령에 비해 안정적이지 않았음에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당신이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차, 성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자, 부도덕하고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트럼프가 당신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거꾸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를 서구 문명의 수호자(하얀 미국의 수호자), 무신론자들로부터 소중한 (보수적, 복음주의적) 기독교 가치를 옹호하면서 좌파들로부터 당신이 총을 가질 권리를 수호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를 버릴 수 있을 만한 일은 거의 없다(...)무엇보다 트럼프는 한계가 분명한 인물이다. 그는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도 않는다. 과거의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궤도를 수정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저 트럼프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믿을 수 있고, 변함이 없고, 그 자신이다." "(<복스> 기사 중에서)

트럼프의 집권 자체가 극도로 양분된 미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지적은 이전부터 많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6개월 만에 '18만 명'이 사망한 사실조차도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마크 헤서링턴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트럼프 지지율이 변화하는 두드러진 집단 중 하나가 플로리다에 사는 나이든 백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이후 코로나 2차 유행을 주도했던 지역 중 하나가 플로리다였다. 전체 유권자 투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로 최종 승부를 결정짓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경합주(민주당이나 공화당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주)의 선거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플로리다도 대표적인 경합주 중 한 곳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이 지역에서 승리했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고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게 되면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헤서링턴 교수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병에 걸리는 것이 두렵지 않을 때는 지도자들을 따르지만 두려움이 커질수록 당에 대한 충성도가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가늠하기 힘든 '샤이 트럼프' 규모, 트럼프에게 '독' 될까? '득' 될까?

40% 안팎의 지지자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하얀 미국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다. 이 전략은 아슬아슬하지만 이제까지 맞아 떨어져왔다. 또 트럼프 입장에서 몹시 다행히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런 구도를 깰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40%의 지지율은 역대 다른 대통령과 비교할 때 결코 높지 않다. <복스>는 "대공황 이후 1932년 대선에서 허버트 후버조차도 4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40%의 지지자마저도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서 트럼프 캠프의 희망이자 선거 전문가들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는 '샤이 트럼프'(혹은 '샤이 트럼퍼', 소극적인 트럼프 지지자)의 존재가 거론된다. 길리엔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2일 "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 재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더 힐>이 보도했다.

콘웨이 전 고문은 지난 7월 우파 성향의 케이토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미국인 62%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길 두려워하는데 주로 보수층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투표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며 '사이 트럼프'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기는 하다. 여론조사 기관인 클라우드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층이 바이든 지지자들에 비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조사됐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12%, 무당파층의 11%가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5%에 그쳤다.

<더 힐>은 "이처럼 여론조사에서 지지 성향을 명확히 하지 않은 이들이 만약 바이든 지지자로 잡혔다면 '숨은 트럼프 지지자'로서의 영향력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일부 경합주들의 경우, 바이든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에서는 뒤집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함정은 '샤이 트럼프'의 진짜 규모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캠프나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여전히 바이든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허상에 불과할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파이브서티에잇'의 네이트 실버 선거분석가는 3일 팟캐스트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가 끝난 뒤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전국적으로 평균 7.5%포인트 정도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전당대회 전에는 8.5%포인트 정도였다.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을 오바마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와 지지율 격차를 3%에서 7%로 벌렸다. 따라서 이번에는 트럼프, 바이든 어느 쪽도 컨벤션 효과를 크게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지적은 어쩌면 '샤이 트럼프'의 규모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여전히 '샤이 트럼프', 내지는 마땅히 찍을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스윙 보터'들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샤이 트럼프'의 규모가 상당해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가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리인 '대표성', '책임 정치' 등을 작동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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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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