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지수는 한 지역내 20~39세 가임여성 수를 65세 이상 노인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20-39세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은 인구가 늘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가임여성이 살고 있는 곳에 아이 출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사업으로 강원 춘천시 도심에서 청년들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쇠락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육림고개 청년 여성들의 활동이 돋 보인다.
육림고개는 80~90년 춘천의 핵심상권이었다. 명동, 중앙시장, 닭갈비골목 등 춘천의 중심상권이 밀집된 곳에 육림고개가 있다.
춘천 문화의 중심이 육림극장이었다. 명동거리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목좋은 상권이었다.
육림극장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육림고갯마루 주변에 인파가 끊이지 않았었다. 노점상까지 자릿세를 내고 모여들면서 발 디딜 틈 없이 점포가 늘어나 200여 개(현재 70여 개)소 상점들이 있어 상가촌을 이뤘다는게 당시 상인들의 회고다.
1990년대 들어 도시개발이 외곽지역으로 이루어지고 대형마트 입점, 소비트랜드의 변화로 하나 둘 점포 셔터가 닫혔다.
대형 아파트단지가 도심외곽에 들어서면서 중심상권이 쇠락했다. 상가형성이 퇴계동 후평동 등에 만들어지면서 중심상권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상권쇠락으로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텅빈 점포 또한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육림극장까지 폐관되면서 상권이 급속하게 위축되었다. 그 후 한동안 거의 방치되어왔다.
육림고개는 한때 50여 개 점포 중 빈 점포가 37개에 이를 정도록 소멸위기에 있었다.
이처럼 심각한 상권 붕괴 속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 것은 불과 5년전이다.
2015년 막걸리촌 특화거리 조성이 그 시작점이었다. 예상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업은 의미가 있는 사업이었다.
그 이듬해 2016년 청년창업지원사업으로 젊은 상인들이 골목에 유입되면서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젊은 상인들의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와 사업아이템이 더해져 거리가 밝아졌다. 낙후된 골목이 젊음의 거리로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10곳에 불과했던 점포들이 50여 개소로 늘어났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를 통한 청년몰 사업이 시작되었다. 매년 육림고개에 입주할 청년창업자들을 공모해 사업단을 꾸려왔다.
이들 청년 상인들에게 창업에 관한 기본교육과 컨설팅을 거쳐 청년몰 20여 곳에 15억원을 투입해 왔다.
창업교육과 임대료, 인테리어비용, 컨설팅 지원이 이루어졌다. 빈점포에 청년들이 하나 둘 입점하면서 골목은 활기를 갖게 되었다.
올해도 지난 8월 21일 육림고개 청년몰 입점 희망 예비 청년상인을 모집했다. 지원규모는 10명이었다.
지원자격은 신청일 기준 개인 사업자와 법인 설립 등록을 하지 않은 만 39세 이하인 청년이다.
예비청년상인 1명당 최대 2800만원까지 지원한다.
임차료 지원기간에는 영업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중도에 영업을 포기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환수해야 한다.
아울러 이후 유사사업 참여배제 등 불이익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육림고개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청년몰 사업이 시작되면서 구상권을 갖고 있던 분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생겨났다.
청년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카폐, 빵집, 주막, 수공예점, 커피숍 등이 들어서면서 활력을 더하고 있다.
사회관계서비스(SNS)로 많이 소개되면서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고 있다. 점포도 80년대 전성기는 정도는 아니지만 70여 개소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곳 고갯마루 초입엔 육림영화전시관, 육림다방이 눈에 띤다. 그 곁엔 DJ룸, 뮤직박스 등등이 영화 소품처럼 늘어서 있다.
맞은 편엔 작은 그림을 사거나 그림을 배울 수 잇는 달고나 백화점, 꽃가게, 다양한 스콘과 수제 스프레드를 선보이는 점빵, 케이크점, 캔들샵 등 젊은 감성의 가게 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어쩌다농부’는 한상연 대표와 청년 3명이 모여 창업한 친환경 농산물 음식점이다.
메뉴는 농부네 한 그릇 텃밭, 명란 들기름 파스타 등 건강한 음식이 가득하다.
비빔밥은 귀리와 싱싱한 새싹이 들어가 식감이 좋고 들기름 파스타는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퓨전 양식을 개발해 인기가 많다.
청년 점장 3명의 고향은 철원, 안산, 용인으로 모두 다르다.
이들이 춘천을 사업지로 선택한 이유는 ‘도시와 농촌의 결합’이었다.
도시는 농사를 지을 땅이 없고 농촌에서는 소비가 되지 않았다. 춘천은 서울과 가까우면서 주위는 외각이라 농사를 지어 납품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곳 육림고개를 창업장소로 택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서면에 ‘농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각자 ‘틀밭’을 가꾸면서 함께 농사하고 수확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은 춘천시민, 대학생, 기자, 가게 손님까지 다양했다.
춘천시는 이곳에 공예와 디저트, 먹거리, 화훼로 특화된 청년거리를 구상하고 있다.
공예촌에는 엑세사리와 금속공예, 액틱상점가가, 디저트 거리에는 케이크, 샐러드, 어묵, 빵, 스프레드(잼, 치즈류), 홍차전문점 등 다양하게 입점하고 있다.
낡은 건물외벽이 형형색색 다양한 색깔로 채색되고, 저마다 튀는 개성과 맛을 자랑하는 점포가 늘어나면서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청춘의 언덕으로 TV다큐 방영 후 육림고개는 더 유명해졌다.
춘천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주말이면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와 닭갈비 골목 등과 연계해 많은 사람들이 육림고개를 찾고 있다.
춘천시와 육림고개 상인회는 육림고개의 부활을 알리는 이벤트로 플리마켓 축제도 열고 있다.
11월의 미리 크리스마스 등 이색적인 행사를 통해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육림고개구간에서 공연과 체험이 함께하는 즐거운 장터를 펼쳐왔다.
육림고개에 대한 추억을 지닌 기성세대와 상점을 운영하는 젊은 세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골목상권으로 변화되고 있다.
춘천시는 캐릭터와 베뉴, 공동상품개발, 화재알림 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 약사명동에서 2021년까지 추진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217억 규모)과도 연계해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변 춘천교육지원청 이전을 통해 마을복합커뮤니티센터, 청년활동 및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팅 공간을 조성하여 육림고개 청년상권활성화를 위한 지원생태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청년몰 사업을 지원하는 중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청년몰 사업단, 춘천시, 그리고 상인연합회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거버넌스 혹은 자치연합체가 만들어져 더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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