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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문제, '탈이념화'가 필요하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부동산문제를 보는 시각과 정책제언

부동산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어서 종종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서울의 아파트가격을 지표로 하여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변동과 역대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살펴보면 부동산정책의 효과가 누적되면서 당시의 매크로 경제변수와 결합하여 상당한 시차를 두고 가격변동의 흐름을 바꾸어 나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하여 정책은 단기적 처방에 치우치기 쉽고 설령 대책을 잘 세우더라도 그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기화로 반대자들과 당장의 결과를 원하는 대중들은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한다.

정부정책은 선·악의 2분법을 지양하고 보다 시장원리를 중시해야 하며 부동산문제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주택의 공급확대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이에 부수된 이슈들을 풀어나갈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중장기주택정책의 수립 및 주택연구기관 운영을 제안하고 수도이전은 서울의 발전여력 확보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필자)

'부동산 정책 성패에 정권 명운 달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요즈음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신문기사 제목이다. 집값을 못 잡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심지어 주택을 몇 채 소유했느냐가 공직자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된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이 활황일 때도 침체일 때도 정책 당국자들은 늘 부동산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때로는 정권의 사활을 걸기도 하고 국민들은 이것으로 정권의 능력을 평가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이 공히 비탄력적이기에 시장의 실패가 종종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정부는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정책수단의 선택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적절한 정책수단을 선택하였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정책책임자들은 단기적인 대책에 얽매이게 되고 그럼에도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추세는 계속 진행되어 인과관계의 착시현상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검토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주택가격의 변동과 역대정부의 부동산 정책

▲ [그림1] 서울의 아파트가격의 변화와 역대정부의 부동산 정책. ⓒ자료: KB국민은행, 아파트매매가격지수, 2019.1월=100

위 그림은 부동산가격의 변화와 역대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종합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바탕으로 각 시기별 부동산 정책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 노태우 정부(88.2~93.2)

주택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도입 및 주택 200만 호 건설 추진

○ 김영삼 정부(93.2~98.2)

주택시장의 침체로 임기 초반에 대량의 미분양 사태 발생하였으며 주택가격은 안정세를 유지.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의 도입 등으로 부동산 거래는 전반적으로 위축됨.

○ 김대중 정부(98.2~03.2)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 분양가 자율화, 양도세 일시적 면제, 토지공개념 사실상 폐지. 정책효과로 임기 후반에 부동산 가격이 살아나기 시작하여 2001년 이후 부동산이 과열됨에 따라 부동산 억제정책으로 선회.

○ 노무현 정부 (03.2~08.2)

과열된 부동산 시장과 함께 출범하여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임기 내내 부동산 억제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역설적으로 부동산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 신행정수도,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국가균형발전 사업들이 풍부한 시중의 유동성, 저금리와 맞물려 연쇄적 부동산 상승작용 초래. 초반의 수요억제 정책에 후반에 가서 공급확대정책을 추가. 분양가자율화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등 부동산 관련 직·간접 수단을 대부분 꺼내들었다는 평가를 받음.

○ 이명박 정부(08.2~13.2)

2007년말부터 부동산시장은 위축되기 시작하였으며 2008년 8월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하여 부동산시장은 침체로 접어 듦. 미분양 해소 대책 및 주택거래 활성화 추진, 투기지역 해제, 재건축규제 완화, 양도세 완화등 수요확대 및 규제완화정책을 시행하였으나 주택시장은 임기내내 침체가 지속됨. 서민주거안정화 대책으로 보금자리주택사업 실시 및 도시형생활주택제도 도입.

○ 박근혜 정부(13.2~17.3)

주택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하여 시장 활성화 정책을 기본기조로 함. 재개발 재건축 규제 활성화 추진 및 분양가규제 완화, 대출규제 완화. 저소득층의 주거난 해결을 위한 주거복지 지원정책 도입 및 행복주택, 뉴스테이 사업등 공급물량확대. 투자수요증가가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임기후반에 주택가격 급등하기 시작하자 실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전환.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주택경기는 상승과 침체의 사이클을 반복하였고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도 규제강화와 규제완화가 순환 반복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누적적으로 축적되어 외부 환경 및 매크로 경제변수와 함께 작용하여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2017년 연초 언론사들에서 조사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면 전년도의 11.3 부동산대책,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문제,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물량 폭탄 등으로 2017년도 부동산시장은 약세가 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연초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고 있었다.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가격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으며 아파트청약시장도 살아나고 있었다.

▲ [그림2]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한 서울지역 아파트가격 월별 상승율.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실행되었던 각종 규제완화의 누적적인 정책효과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가 맞물려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정권초기의 이러한

집값 상승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그 해 8월 2일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가상한제, 양도세 강화, 다주택자 금융규제 강화 등을 총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에 자신을 가졌었다.

그러나 8.2대책의 영향으로 서울의 아파트값이 잠시 수그러드는 모양을 보이다가 다시 불붙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부동산 대책을 쏟아 내놓았으나 서울의 아파트가격의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각종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소위 풍선효과로 인하여 다른 지역의 아파트가격을 상승시키는 등 노무현 정부의 데자뷔라는 평가마저 받았다.

결국 2020년 7월 10일까지 총 22차례에 걸친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아파트값을 잡는데 실패하였으며 땜질식 처방이 빈번하여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피로감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부동산 문제의 탈이념화 필요

집은 대한민국에서는 생활 안정과 부의 척도이다. 결혼하는 젊은이들의 첫 번째 경제적 목표는 아마도 ‘내 집 마련’일 것이다. 또 집은 이들이 어느 정도 재산이 축적되었을 때 안정적인 가외 수입을 얻거나 재산을 증식시키기 위한 가장 친숙한 투자수단이다. 나이가 들어 더욱 여유가 생긴다면 자식들에게도 집 한 채는 마련해 주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집에는 국민들의 다양한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우연히도 두 번에 걸친 진보정권이 들어서는 시기에 부동산 가격은 급등을 시작하였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수정권에서는 집값이 안정되었는데 진보정권만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고 하며 마치 이것이 정권의 탓인 양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번 모두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집값 상승의 거대한 파도가 이미 시작되었는 바 정권 초기의 이러한 비판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하겠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서울의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서울의 주택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그간의 수도권의 공공택지개발이 부족하였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편 정부는 집값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투기가 문제이며 반드시 투기와 싸워서 이기겠다고 한다. 도대체 부동산투기라는 것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필자는 도무지 모르겠다. 정부가 싸워 이기겠다고 규정한 뭔지 모를 이 투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엉덩이에 뿔난 악마 같은 투기꾼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들은 각자가 혹은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하여 혹은 재산의 증식을 위하여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는 고위 공직자도 있고 중소기업 샐러리맨도 있고 퇴직 후 살아갈 방법을 궁리하며 부동산경매라도 배울까 고민하는 옆집 아저씨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과 싸워서 이기겠다고 한다. 아마도 이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은 다주택자로 특정되는 것 같다. 과연 다주택자에게 만악의 근원이라는 멍에를 씌우고 이들을 압박하면 집값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리고 집으로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말이 주택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시장참여자인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정책책임자들은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2분법에서 벗어나 시장의 속성과 시장 참가자들에 대한 이해를 늘리고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여 건강한 시장이 만들어지도록 하는데 좀 더 시각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 필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선공약을 들여다보면 부동산문제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안 쓴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탄핵정국에서 급히 대선공약을 만들었어야 했었고 또 당시에는 11.3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서울의 아파트가격이 주춤하여 시중의 전문가들도 주택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정권이 출범하자 말자 서울의 아파트가격 급등이라는 불의의 일격을 맞고 부랴부랴 만든 것이 8.2대책이었다. 당초 주무부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바탕으로 공급확대를 중심으로 한 거시적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당시 아파트가격 상승의 주범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이며 이것이 다시 주변아파트의 가격상승을 이끈다는 믿음 하에 강력한 재건축 억제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재건축이 일시적으로는 주택가격을 상승시킬지는 모르겠으나 궁극적으로 주택공급량을 늘려서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책임자들에게는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당장의 눈앞의 집값을 잡는 것이 중요하였고 이 와중에 당초의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의 변동은 부동산 정책의 누적적 효과와 매크로 경제 변수가 작용하며 파동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석하는 바 몇 번의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여 단기간에 그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또한 당장의 결과를 원하는 대중들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아우성치며 오히려 내놓은 대책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가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더욱 꼬여만 가는 것이다.

한편 우리가 생각해야 할 또 하나는 현재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작금의 모든 논의는 주택가격을 어떻게 안정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라는 것이 마냥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인 바 주택시장이 침체될 때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공급확대가 절실함

자유시장경제에서 재화의 가격의 등락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르고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넘치면 가격은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학을 배우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물론 주택이라는 재화가 갖는 특수성, 문제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수요·공급의 원리, 시장의 조절기능에 의존한다고 하여 주택과 관련된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택가격의 조절에는 수요·공급의 원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현시점에서 수요만을 억제하려 하지 말고 공급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각론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공급을 확대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자본소득(capital gain)의 문제, 새로이 공급되는 주택의 배분의 문제 등 다른 사회·경제적 이슈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원론적인 제언과는 별도로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갖게 된 몇 가지 의견을 추가로 개진하고자 한다.

ⓒ연합뉴스

중장기 주택수급계획 수립의 필요성

우리나라에는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이에 따른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련의 계획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 계획의 가장 상위개념의 계획은 국토종합계획이며 하위 계획으로 도·시 단위의 ‘도시기본계획’이 있는데 이는 10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이라는 것이 있어서 도시정비의 미래상과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또한 10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계획은 도시발전의 측면에서 토지, 주택,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 계획이라서 요즘같이 ‘집값’이 문제인 시대에 들여다보면 주택부분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국가단위의 중장기 ’주택수급 기본계획’ 및 도·시 단위의 ‘주택수급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집값의 상승이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나라에서 어찌 이를 가벼이 다룰 수 있을 것인가?

이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주택수급계획과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하여 만들어진 도시기본계획은 상충하는 것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 상충하는 요소들이야 말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나가야 하는 것들이다.

필요한 것은 부동산감독원이 아니라 부동산연구원

최근 정부는 집값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이를 상시적으로 감독하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러한 감독기구의 발상은 정부가 부동산문제를 어떠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바 이 문제에 대해서 여기서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부동산감독원을 만들 생각까지 하였다면 차라리 훨씬 적은 예산으로도 운영가능한 부동산 연구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정부에서 주장하듯이 ‘우리의 주택시장 규모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이를 감독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이를 연구하는 시스템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국토연구원 같은 곳을 개편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리적 연구소의 존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구소의 독립적 연구활동 보장과 그 연구결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보 및 정책반영 메카니즘의 구축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주택공사라는 것이 있었다.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에 설립되어 많은 역할을 하였고 지금은 한국토지공사와 합병을 하여 그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한주택연구원이라는 이름의 기구가 만들어졌다가 훗날 정부의 지나친 시장간섭 없이도 기본적인 법체계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주택시장이 잘 작동되는 날이 와 이 기구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을 벌써 상상해 본다.

서울의 도시발전에 대한 고민과 수도이전 이슈

우리나라 주택문제의 절반 이상은 서울의 주택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주택문제와 함께 좀 더 포괄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서울의 도시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뉴욕, 런던, 상해, 동경 등 세계 주요도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어느 한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세상이다.

2018년 7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해 뉴욕 맨해튼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여의도와 용산의 집값은 즉각 반응하기 시작하였고 서울의 주택시장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정부에서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이내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철회하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현재 서울시에서 인식하고 있는 당면한 문제는 도시발전에 필요한 대규모 개발가능지가 거의 소진한 상태이며 수직적인 개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또 하나 고민해야 할 점은 서울의 곳곳이 노후화되거나 낮은 효율로 사용되고 있는바 국제도시로서의 서울의 위상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풀어가야 할 이러한 과제들은 부동산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칫 서울을 리모델링하고자 하는 시도가 부동산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판이다.

그런데 마침 치솟는 집값 문제로 고민하던 여권에서 수도이전이 갑작스럽게 발의가 되었다. 경제도시와 정치·행정도시의 분리는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중국의 북경과 상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등의 주요 사례가 있다. 비록 수도이전이라는 이슈가 부동산대책 차원에서 발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두말할 나위 없이 수도이전은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필자는 수도이전은 서울의 도시발전을 위한 추가적인 공간 제공의 의미 또한 매우 크다고 본다. 공공기관의 이전과 이에 부수되는 민간부문의 이주로 인하여 생기는 물리적·사회적 빈 공간은 서울의 발전을 위한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들이 빠져나감으로써 발생하는 마이너스 효과보다 서울의 발전여력 확보를 통하여 얻는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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