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을 주장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71)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했다.
그는 "(부산 대표 공안사건인)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문 후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19명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돼 징역 1∼6년을 받은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다. 고 전 이사장은 당시 수사검사였으며, 문 대통령은 훗날 사건 재심을 위한 변호를 맡았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2년 만인 2017년 9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앞서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단순히 피해자가 부림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적시만으로는 사회적 평가를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 사실이 공산주의자임을 논증하는 근거로 사용되면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동족상잔과 이념 갈등 등에 비춰 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갈등상황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공산주의자라고 볼 근거는 피고인의 논리비약 외에는 없다"라며 "피고인은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념 갈등을 부추겼고, 이는 헌법 정신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발언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연설 요청에 즉흥적으로 응한 결과라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을 결론 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앞서 재판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이 말한 것처럼 피해자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선고 결과에 대해 문 대통령 측 변호인은 "명예훼손의 법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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