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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표 기본소득', 뜯어보니 기본소득이 아니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릴레이기고] 한국형 이름에 집착보다 기본소득 본질을 살펴야

지난 13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가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정강정책 1호에 기본소득이 담겨 화제를 모았다.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로서 제1야당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환영입장을 밝히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형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으로 누가 더 어려운지를 경쟁시키고 선별하는 것은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가 주최한 혁신아젠다포럼에서 ‘빈곤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미래통합당표 기본소득 초안이 발표됐다.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초생활수급제,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현금지원복지를 통폐합해서 중위소득 50% 이하 국민들에게 소득 부족액만큼 채워주겠다는 안이다.

즉,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50%인 약 88만 원보다 부족한 소득을 번다면 부족분만큼 지원하는 식이다. 50만 원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 38만 원 소득지원하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안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희숙 의원은 미래통합당 안을 설명하며, 총21조 원의 재원으로 328.5만 가구, 610만 명이 소득지원 받을 수 있다고 밝히며, 사각지대를 없애고 ‘빈곤 제로’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안은 오히려 현재 복지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을 줄여 국민들의 소득을 줄일 뿐이며, 빈곤 제로가 아니라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첫째, 중위소득 50% 이하 국민 현금지원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정의에서부터 국민을 기만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노동의무나 자산심사 없이 정기적으로 주는 현금이다. 소득과 자산을 심사하겠다는 미래통합당 안은 아예 기본소득이라 볼 수 없다.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기본소득을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지 보여준다. 소득 및 자산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면, 소득과 재산에 과제를 매겨 기본소득으로 나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탄소세를 걷어 기본소득으로 나눈다. 빅데이터에 대한 공유부를 모두에게 나누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빅데이터 활용 기업 수익에 과세해서 기본소득으로 나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안은 기존 현금지원 복지제도를 통폐합할 뿐이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사회복지 지출이 최하위에 속한다.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복지예산 확대 없이 기존 복지재원을 통폐합하는 것만으로는 사각지대와 빈곤이 없어지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이 예상하는 328.5만 가구, 610만 명은 대한민국 국민 중 11%에 해당할 뿐이다. 2020년 6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203만 명, 2019년 소득 기준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대상 586만 가구, 2020년 4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549만 명이다. 미래통합당이 통폐합해서 1인 기준 88만원 소득보장 하겠다는 안은 기존 복지혜택을 박탈당하는 사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국민이 19.5%다. 미래통합당이 예상하는 11%보다 많다. 제도 시작도 전에 사각지대와 빈곤 심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둘째, 기초생활수급자의 삶도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53만 원이 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 안과 같이 53만 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53만 원보다 부족한 금액을 생계급여로 보장하는 식이다. 53만 원 삶에 머물게 하는 것,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빈곤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럼 이 빈곤선을 88만 원으로 맞추면 2%의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재원마련을 위한 복지 통폐합 안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생계급여뿐 아니라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서울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주거급여 최대 26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금 제도로 79만 원에 의료급여 등을 포함해 현물과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무엇을 어떻게 통폐합 하는지에 따라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의 복지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생계급여 뿐만 아니라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을 보장하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생계급여는 받지 못하더라도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을 보장받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주거급여 대상 기준은 중위소득 45%,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 이하다. 월 78만 원 소득 벌어서 생계급여는 받지 못하지만 서울 거주 1인 가구 기준 주거급여 받는 사람은 최대 104만 원의 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88만원 빈곤선 맞추는 통합당 안이 실행되면 오히려 소득이 준다. 덮어놓고 통폐합하는 안은 복지혜택이 가장 절실한 기초생활수급자를 더 열악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은 더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말 그대로 재산도 적고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2008년에 시행됐다. 2019년부터는 만 30세 이상 연령제한이 없어져 근로장려금을 받는 청년들이 늘어 568만 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연말소득공제가 소득높은 직장인들의 13월의 월급이었다면, 청년들에겐 근로장려금이 보너스였던 셈이다. 월급은 팍팍하고, 일자리는 더 열악해지고 있는데 청년들을 비롯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최대 150만 원의 보너스. 미래통합당은 아무 대안 대책 없이 이를 통폐합해서 선별한 국민들에게만 딱 88만 원 상한선에 맞춰 빈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제도를 통폐합한다고 할 때, 기존의 제도로 혜택을 보던 사람들을 더 열악하게 만드는 제도는 좋은 제도가 아니다. 미래통합당의 안이 빈곤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좋은 안이 아닌 이유다.

미래통합당, ‘한국형 기본소득’ 집착 말고 선별복지나 기본소득 중 선택해야

국민 중 누구를 가장 불쌍하게 여길지 경쟁하게 하고 선별하는 제도만으로 모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수익은 일부만 독점하게 될 미래에서 ‘기본소득’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단지 소득보장만의 이유는 아니다. 독점되고 있는 부를 국민의 권리로서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안하는 것이다.

‘K-방역’ 이후 수많은 계획에 한국형을 붙이는 게 유행이 됐다. 한국형 그린뉴딜, 데이터뉴딜에 이어 기본소득에도 선별하는 조건을 부과해 ‘한국형’ 이름붙이겠다 나선 것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다.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기본소득 자격을 선별하겠다는 것은 결코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선별하는 복지를 기본소득이라 주장하며 국민들 기만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들 속인 것을 사과하며 선별복지로 가겠다고 선언하던가, 선별이나 조건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방향으로 기본소득 본질을 향해 가는 것이다. OECD 평균으로 따져도 부족한 사회복지를 더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서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사회로 나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대안을 제1야당이 채택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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