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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지 못한 공무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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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지 못한 공무원 생활

[기고]

슬기로운 깜방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특정 집단의 일상을 담은 TV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 있다.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덕분에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리라 짐작해본다. 특히 억울한 사연과 갈등이 더해져 TV 속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실상은 TV에 비춰진 모습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제각기 느끼는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동자도 마찬가지다. 경제 불황 등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점만 부각돼 내부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공무원이 되기 전에 체감하기란 불가능하다.

▲최병욱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위원장 ⓒ 프레시안 DB

공무원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는 ‘유노동 무임금’을 꼽고 싶다. 인사혁신처가 2016년 초과근무시간을 총량으로 관리하는 "자기주도 근무시간제"를 도입했다. 불필요한 초과근무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난대응부서에도 동일하게 제도가 적용됐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면밀한 검토하지 않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 할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부처 공무원은 24시간 밤낮없이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줄이려면 일선 대응부서는 허용된 초과근무시간을 모두 소진하면 사실상 ‘셧다운’해야 한다.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제도인 셈이다.

일선 현장이 마비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공무원노동자는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재난상황에서 묵묵히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연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수고는 온 국민이 알고 있다. 하지만 받을 수 있는 보수는 최대 액수가 이미 정해졌다. 아무리 재난 현장 장시간 근무해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밖에 최근 폭우 피해상황을 비롯한 수해기간, 또는 제설 작업이 필요한 설해기간에 밤낮 없이 며칠씩 현장에 투입되는 도로현장 공무원과, 산불에 대응하는 산림청 공무원, 이번 홍수로 인해 불철주야 고생한 환경부 홍수통제소 공무원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공무원 노동자는 노동력만 제공했을 뿐 고용주인 정부에게 착취당하고 말았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노동력을 제공해도 평일 최대 4시간만 인정받고 초과근무총량제에 묶여 이마저도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보상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노동 존중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인사혁신처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였음에도 몇 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특히 3년치 평균치를 감안해 이를 반영했다고 항변하며 잘못을 개선할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복지부동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행정업무만 볼 경우에만 적합한 사례다. 코로나19 확산, 홍수, 폭설 등 예측불가능한 국가적 재난 상황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 제도인 점을 인정하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적인 재해와 재난에 대응하는 업무에 대해서만큼은 초과근무총량제를 폐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어렵다면 최소한 재해와 재난업무는 예외로 인정하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배정에서도 나타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조직을 만들었지만 조직이 운영되기 위한 예산은 단 한푼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각 지방국토관리청에 건설안전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장여비 예산이 전혀 없어 공무원 노동자는 자비로 출장을 나가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시설물 점검 등의 업무를 맡겼지만 책상에 앉아 업무를 진행할 수 없기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출장을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안전 증진과 산업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은 공무원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고를 가볍게 여겨서는 결코 안된다. 노동자가 파업을 할 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려면, 고용주는 ‘유노동 유임금’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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