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이 명성을 유지하느냐 추락하느냐의 시험대에 올랐다.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최근 느슨해진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코로나19 확진자가 14일 0시 기준으로 전일 대비 103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일부 교회와 남대문 시장 상인, 패스트푸드점 직원들 사이에서 최근 코로나19가 퍼지면서 4월초 이후 넉 달 만에 일일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리수를 기록했다. 방역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새 확진자 가운데 해외 유입 사례 18명을 빼고 국내 발생 85명을 살펴보면 경기도가 38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31명, 부산 5명, 충남과 인천 각 3명, 광주 2명, 울산과 경북, 강원 각 1명 등으로 나타나 수도권 확산세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잘 버티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본격 휴가철을 맞아 인구 이동이 잦으며 무더위에 마스크 쓰기 등을 소홀히 할 경우 순식간에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이 불어날 위험성이 있다. 더욱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모임 금지 등을 통해 확산세를 누그러뜨려야 할 때이다.
한국의 대표적 디지털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기도 성남 판교 사옥 옆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본사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자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이후 풀었던 재택근무를 14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경기도, 교회 감염 확산 막기 위해 종교시설 집합제한
경기도도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15일부터 2주간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의 종교시설 집합제한 명령은 지난 5월 5일 집합제한 조치를 종료한 이후 석 달여 만에 재발동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경기도에서는 21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7%인 78명이 교회에서 발생했다. 예배 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단체 식사를 하거나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다시 교회를 다녀온 시장 상인 등을 통해 지역 사회 확산의 허브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발동한 행정명령 준수 사항에는 △정규 예배·미사·법회 등을 제외한 종교시설 주관 대면모임 활동 및 행사 금지 △ 음식 제공 및 단체식사 금지 △ 전자출입명부 설치·이용 △ 출입자 증상 확인 및 유증상자 등 출입 제한 △ 방역관리자 지정 △ 마스크 착용 △ 종교행사 전후 시설 소독 및 소독대장 작성 △ 시설 내 이용자 간 2m 간격 유지 등 9가지가 포함됐다.
경기도는 정규 예배·미사·법회를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찬송, 통성기도 등 큰소리로 노래 부르거나 말하는 행위는 하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32명으로 확진자 누계는 176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보다 인구수가 많은 경기도 누진 확진자 수(1,728명)보다 많은 것이다. 서울에서 하루에 32명이 확진된 것은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 확산하던 지난 3월 10일의 4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10명, 롯데리아 집단감염으로 4명,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관련으로 5명이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교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6개월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꾸준히, 그리고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곳은 교회다. 특히 개척교회나 소규모 교회에서 주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초기에는 경북 이스라엘 성지순례단(29명) 부산 온천교회 수련회(38명)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뒤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75명)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45명)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 교회(41명) △부산 온천교회(39명) △인천·경기 개척교회 모임(28명)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20명) △원어성경연구회(14명) △경기 수원 생명샘교회, 서울 강남구 동인교회(각 11명) △경남 거창 교회(10명) △경기 군포·안양 목회자 모임(9명) △한국대학생선교회 CCC(8명) 등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국의 독특한 교회 문화가 낳은 코로나 확산
우리나라 교회들 가운데 일부는 예배 때 목 놓아 울거나 소리치며 통성기도를 하고 있으며 대다수 종교집단에서는 예배나 미사·법회 뒤 신도들이 함께 단체로 식사하는 독특한 종교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화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강한 치명적 감염병 유행 때 병원체 전파의 매개 구실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기도 죽전의 용인우리제일교회에서 시작된 감염이 인근 고등학교 학생, 어린이집 교사뿐만 아니라 시흥 등 멀리 떨어진 곳까지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14일 현재 모두 7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해 14일 현재 확진자가 19명으로 늘어나자 서울시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 교회 신도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행정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에서 올라오는 일부 기독교회 신도들과 33개 보수·우익단체들과 함께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서울시뿐만 아니라 방역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는 야외나 광장이라 할지라도 참석자들이 밀집돼 있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가까이서 대화하거나 구호를 외칠 경우, 그리고 집회 뒤 많은 사람들이 인근 식당이나 술집으로 몰려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음식물을 나누어 먹을 경우, 또 상경 버스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대화를 할 경우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이 늘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휴일을 낀 광복절 사흘 연휴와 폭우·홍수 피해로 인한 복구 작업 과정, 그리고 8월 중하순과 9월 초 휴가 때 시민들이 얼마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느냐가 올 가을과 겨울 코로나19 유행의 정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 지자체의 명령과 지침을 시민들이 얼마나 잘 따라주느냐에 따라 K-방역의 위상을 지켜내느냐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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