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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차인 비극'은 여전히 진행중...궁중족발 사건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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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차인 비극'은 여전히 진행중...궁중족발 사건 그 후

[인터뷰] 징역 2년 만기 출소한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

그가 출소했다. 짐짝처럼 끌어내진 뒤 건물주에게 망치질을 했던 그다. 그 대가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살았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출소했다. 만기 출소하던 날 새벽,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그의 출소를 환영했다. 그조차도 놀랐다. 응원의 메시지와 연주가 이어졌다. 강제집행에 저항하며 함께 연대했던 이들이었다.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이야기다. <프레시안>이 그를 만났다. 2년간 교도소 생활을 해야 했다. 일반인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수감 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씨는 되레 교도소에서 지난 시간을 "도망가 있어서 편했다"고 표현했다.

"버티고 싸우고 했던 게 모두 힘들었어요. 정상적인 삶이 아니었으니까. 전 그저 몇 평의 노동의 공간을 지키려고 한 것뿐인데.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연대해주고 함께 버텨줬는데 저 혼자 도망가서 면목이 없네요."

▲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 지난 2018년 강제집행을 당한 그는 건물주와의 다툼 끝에 망치질을 한 혐의(상해)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살았다. ⓒ프레시안(최형락)

'망치질'이 있기까지...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사람들은 '망치질'만 알고 있다. 그 전후 맥락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김 씨의 궁중족발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가 바뀌었다. 새 건물주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4배 이상 올려 달라 했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월 순수익 200만 원 남짓이었던 김 씨는 새 건물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임대료 조정이 되지 않자 건물주는 임대료를 입금하는 계좌도 알려주지 않은 채 연락도 받지 않았다. 김 씨 입장에서는 3개월 이상 임대료가 밀리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김 씨는 버텼다. 임대료는 법원에 공탁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당시 5년이었던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이 다했다는 점을 들었다. 법원에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 씨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자리 잡는데 5년은 걸린다고 봐요. 궁중족발도 막 자리 잡으려고 하니까 건물주가 바뀌어서 그렇게 됐고. 당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5년만 보장해 주는 건 세입자들에게 너무 불리했죠."

억울했다. 모든 게 일방적이었다. 김 씨는 그 후로 수 십 차례 강제집행을 막아내며 2년을 버텼다. 마지막 강제집행에서 결국 끌려나오며 손가락 끝을 부분절단 당했다. 그저 "뽑혀나가지 않기 위해" 피가 흐르는 줄도 모르고 붙잡고 버틴 결과다.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의 불법성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가게도, 손끝의 감각도 이전처럼 돌아오지는 않았다.

'갓물주'가 건물로 돈 버는 법

김 씨를 쫓아낸 건물주는 당시 건물 14채, 300억 대에 달하는 자산을 가진 자산가였다. 재산을 불리는 방식은 이랬다. 상가건물을 사들인다. 세입자들과 계약을 해지한다. 그럼 세입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던 권리금은 사라진다. 텅 빈 건물을 리모델링한다. 깔끔해진 건물에 다시 세입자를 받으면서 권리금을 받는다. 혹은 '무권리(권리금 없는) 점포'가 돼 보증금과 임대료를 더 올려 받는다. 그만큼 건물 가치는 오르고 이 건물을 다시 되판다.

김 씨의 건물주도 재판 당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한 데 대해 "재계약할 의사가 없었다"며 "건물을 개축하거나 새로 지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씨 때문에 건물주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걸까. 건물주는 이후에도 집요했다. 짐짝처럼 던져진 김 씨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몸에 시너를 뿌리기도 했다. 건물주는 김 씨가 망치를 들기 직전까지, 일주일 사이에 100건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그를 조롱했다.

법원도 이를 참작했다. 김 씨가 사건 직전 건물주와의 통화로 인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점, 범행이 평일 오전 인적이 드물지 않은 청담동 일대에서 벌어진 점, 망치 무게에 비해 심각한 상해를 입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상해에 유죄를 내렸지만 살인미수에는 무죄를 내렸다.

"망치질은 제가 잘못한 거죠. 그래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프레시안

저항의 대가는 혹독했다...소송 여전히 진행 중

김 씨는 여전히 궁중족발이 있던 건물 근처에 산다. 현재 건물에는 세입자들이 다 내쫓기고 한 가게만 남은 상황이다. 김 씨는 텅 빈 건물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쫓겨나면서 가게는 그대로 손해로 남았다.

현재 김 씨는 수입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가게 보증금도 다 없어졌다. 통장에는 가압류가 들어와 있다. 분쟁으로 장사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주류회사에 진 빚이 아직 남아있다. 은행 빚도 생겼다.

건물주와의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건물주는 김 씨를 영업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부동산강제집행방해, 재물손괴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많이 억울해요. 건물주가 마치 저를 밟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세월이 많이 달래줬죠. 결국 내려놓게 만들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서 못 살겠더라고요. 건물주가 계속 생각나고 원망하고. 아직 사건이 모두 끝난 건 아니지만 다 정리되면 잊고 살려고 해요. 그 사람(건물주)이 그렇게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법은 평등하지 않다...제2, 제3의 궁중족발은 진행 중

김 씨의 목숨을 건 저항이 있었기 때문일까. 궁중족발 사건 이후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계약갱신청구권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김 씨는 "어차피 될 일이었지만 궁중족발 사건으로 조금 앞당겼다고 생각한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소급적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씨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법 개정 전에 계약한 사람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이 5년만 보장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쫓아내려는 건물주와 저항하는 세입자 사이의 갈등은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임대료에서 문제가 생기면 임대차 기간 갈등도 필연적으로 생긴다"고 말한다. 건물주가 "임대료 안 올려주면 계약 안 하겠다"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료 인상의 상한선이 5%로 정해져 있지만 5%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심지어 5% 상한선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임대료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소급적용이 안 된 건 아쉽지만 전보다는 세입자들을 많이 보호한 조치라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히 아쉽죠.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통보하는 게 효력이 있다고 보고 있으니. 그럼 권력이 건물주에게 쏠릴 수밖에 없잖아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말 안 들으면 내쫓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궁중족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 자체가 평등했더라면 김 씨가 내쫓기는 일도, 망치를 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세입자들에게는 순순히 내쫓기느냐 저항하느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뿐이다. 누가 그의 손에 망치를 쥐어줬나. 그를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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