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가 설립한 복지재단의 노인요양원이 식자재 납품 과정에 지역 업체의 입찰 참여를 외면하면서 대기업 밀어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태백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월 개원한 태백실버요양원은 58명의 입소자를 비롯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촉탁의, 물리치료사, 간호사, 영양사, 조리원, 사무원, 시설장 등 45명이 근무 중이다.
태백요양원은 과거 부실관리 등에 따른 경영난으로 억대의 적자가 났지만 750만 원의 흑자를 낸 것처럼 분식회계 처리 및 3억 원 가까운 부채문제도 책임회피문제 등으로 시의회와 지역사회의 질책을 받았다.
이런 요양원이 4년 이상 식자재 구매과정에서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굴지의 대기업에 수의계약을 한 사실을 의회가 지적했지만 ‘맞춤형 입찰공고’로 다시 지역업체를 배제하고 대기업과 계약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었다.
해당 요양원의 식자재입찰공고(제2019-004호)에 따르면 예정가격 1억 2000만 원의 2020년도 실버요양원 식자재 납품업체 선정 입찰조건의 참가자격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만 해당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기업 맞춤형 논란을 받은 입찰 참가 자격조건은 ▲태백소재 복지기관 납품실적 3년 이상 ▲구매발주 시스템 갖춘 업체 ▲위생사 및 영영사 면허증을 소지한 인력 갖출 것 등이다.
이러한 입찰조건에 대해 지역업체가 태백시 등에 문제를 제기하자 요양원 측은 2차(제2019-004호), 3차(2019-005)공고를 했지만 핵심적인 자격조건은 그대로 둔 채 일부 내용만 수정해 입찰공고를 냈다.
반면 인근의 정선과 삼척, 동해지역의 노인요양원은 대부분 지역제한 입찰공고를 통해 지역업체를 선정하거나 일부 요양원은 수의계약으로 100%지역 업체에서 식자재를 공급받아 대조적이다.
총 96명의 동해시노인요양원 등 8개 요양원을 갖춘 동해지역, 70명의 요양원 등 6곳의 요양원이 있는 삼척시, 총 250명에 8곳의 요양원이 있는 정선지역 요양원들은 모두 지역업체에서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삼척지역의 C요양원 대표는 “식자재는 금액과 신선도 등에서 같은 조건이면 당연히 지역업체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며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도 지역에서 식자재를 구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태백요양원보다 월등히 많은 식자재를 구매하는 강원랜드와 알펜시아 리조트를 비롯해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및 태백지역 학교에서도 식자재 입찰공고를 100% 지역제한으로 했다.
태백지역의 한 업체 관계자는 “실버요양원의 식자재 입찰공고는 지난해 12월 3차례나 수정 공고를 했지만 대기업 참여만 가능했다”며 “3번째 입찰공고 후 입찰에 참여했지만 요양원 측은 자격미달이라며 (입찰)서류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매발주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대기업 외에는 없고 위생사와 영양사 면허증 소지인력을 갖추고 3년 이상 요양원 등의 납품실적 업체는 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입찰공고 조건”이라며 “이런 조건은 명백히 지방자치 계약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역 요양원이 같은 조건이라면 지역에서 식자재를 납품 받는 것이 당연한데도 해당 요양원은 4년 이상 지역 업체를 배제한 채 대기업과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태백시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요양원 관계자는 “위생적이고 신선한 식자재 조달을 위해 입찰공고 조건을 까다롭게 한 것”이라며 “지역업체도 돈을 들여 구매발주 시스템을 갖추는 등 입찰조건을 맞춰 참가하기를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지역 업체도 참여하도록 수정 입찰공고를 냈는데도지역 업체가 참여를 하지 않았다”며 “쌀과 과일 등 일부 식자재는 지역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태백시 관계자는 “실버요양원의 식자재 납품이 대기업에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역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는 시의회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지역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쌀과 고기 및 야채 등은 지역에서 공급받는다”고 전했다.
이에 지역 식자재업체 관계자는 “태백요양원의 입찰공고가 지방자치법에 의한 계약위반이라 태백시와 강원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태백시는 억울하면 고소를 하라고 했다”며 “태백요양원의 해명은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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